넣을 곳 없는 ‘신입 이력서’

기업, ‘경력직’ 선호 뚜렷… 가뜩이나 불황에 언제 키워?

지난 2월 대학교를 졸업한 김모씨(27)는 웹 개발 관련 IT업체에서 근무할 꿈을 안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입사지원서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대부분 ‘경력 3년차 이상’ 등 경력자를 모집할 뿐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곳은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관련 학과를 전공한데다 동아리 활동으로 IT 분야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김씨였지만 원하는 곳에는 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김씨는 “여기도 저기도 모두 경력직만 채용하면, 나 같은 신입은 대체 어디서 일하고 경력을 쌓아야 하느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업체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신입 직원 대신 경력 채용이 늘어나면서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새내기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1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기업 2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이 올해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채용으로 대체했다. 올 상반기 사이트에 등록된 채용공고 155만6천182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력만 모집한 공고는 25.9%로, 신입만 모집한 공고(6.6%)보다 4배나 많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불황이 이어지면서 교육 등 투자 대비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찾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그룹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 공고를 내고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디자인, 영업ㆍ마케팅 등 분야에 경력직 사원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 LIG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증권사들도 장기간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퇴직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문계약직을 채용하는 반면, 신입 채용은 줄이는 추세다.

이처럼 기업들의 경력직 등 경험자 선호 추세가 이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취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 입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05년 10개월에서 2007년 11개월, 올해 12개월로 늘어났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늘면서 신입직원 채용이 줄었고,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쌓으려고 취업 준비기간을 늘린 결과 신입직원 평균나이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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