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누가 이들의 친정 엄마가 되어주겠는가?

노동자들이 1988년 올림픽을 기준점으로 하여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결혼이주자들은 2002년에 월드컵을 기준으로 하여 유입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들 공감하듯이 2002년부터 우리나라는 많은 이주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혼의 요소 중에 꼭 필요한 것이 부재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테면 사회학에서 말하는 결혼의 요소는 사랑과 서로간의 동의, 그리고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데, 그들의 결혼에는 이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의 차이도 있습니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는 소통의 부재로 집을 나왔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혼을 하고 살아가야 할 그녀의 처지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습니다. 참고적으로 필리핀 사람들은 사회에서나 교회에서 결혼을 하면, 정식으로 재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이혼녀라는 딱지가 평생을 붙어 다니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저의 권유에 그녀는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신부님! 하인으로 살아갈 바에는 집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평등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행복한 결혼이 보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B는 매우 활발한 여성이고 정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그녀에게 남편에게 어떤 요리를 해주냐고 물었고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신부님! 제가 남편 생일에 필리핀 잡채요리(빤싯) 해주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화를 내면서 안 먹고 회사에 갔어요.” 웃기지만 갈등의 요소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다름은 간격을 만들고 서로의 관계를 멀게 합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 이들을 갈등요소를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스스로 이들과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우리가 인류가족이라는 의식을 고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녀의 차별이나 인종의 차별, 남녀노소의 구분을 없애고 기득권을 버리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이주자들을 위한 요리교실과 문화교실을 운영하여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알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진정성이 있는 결혼이 성립될 수 있도록 정부와 결혼중개업체들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는 시대를 역행할 수 없기에 국제결혼을 반대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서로의 동의를 통한 가약을 맺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결혼이주자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충분한 노력을 정부와 종교, 남편 등 다양한 이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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