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도덕성 추락’

사무장 “용서 구했지만 서류철로 찌르고 무릎 꿇려 모욕”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본보 9101112일 자 17면)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한 폭언·폭행이 없었다는 조씨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대한항공 직원 5∼6명이 사무장에게 회사의 입장대로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와 대한항공 측의 사후 대응에 국민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씨의 앞자리 일등석에 앉았던 박모씨(32·여)는 지난 13일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고성을 지르며 승무원의 어깨를 밀치고 서류철을 던졌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조 전 부사장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일반석 승객들도 쳐다볼 정도였다”며 “한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 한쪽을 탑승구 벽까지 약 3m를 밀고, 파일(서류철)을 말아서 승무원 바로 옆의 벽에다 내리쳤다. 승무원은 겁에 질려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이에 앞서 해당 여객기의 박창진 사무장은 검찰 조사에서 “승무원을 대신해 용서를 구했는데 조 전 부사장이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매뉴얼이 담긴 서류철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렀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과 자신을 무릎 꿇린 채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하며 조종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며 “그 모욕감과 인간적 치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등석 승객과 사무장의 증언 내용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대한항공 측이 발표한 내용과 엇갈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조씨는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면서도 폭언·폭행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해 거짓 증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사건 직후 직원들에게 이메일 공지와 카카오톡 검열 등을 통해 ‘입단속’에 나섰으며, 박 사무장 등에게는 거짓 진술 강요·증거 인멸 등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일체의 코멘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14일 ‘땅콩 회항’과 관련해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사과하고자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사과 쪽지만 남기고 돌아왔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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