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기른 닭 살처분하면 어쩌나… 악몽 재현 ‘장탄식’

[현장&] AI 여파 강화군 양계농가 초긴장

“기르던 닭을 모두 살처분한 악몽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29일 오전 11시께 인천 강화군 불은리의 한 양계농장.

‘출입금지’ 안내판이 내걸린 입구가 마치 폐가를 연상하듯 을씨년스럽다. 농장 주위로 마스크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연방 소독약을 뿌려댔다. 인근 도로에도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는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있었다.

최근 경기 성남 모란시장에 공급했던 이곳 양계농장의 닭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명을 받은 뒤 농장 일대에 긴장감이 팽배하다.

더욱이 검사결과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인근지역 닭 사육 농가까지 애간장을 태우기는 마찬가지.

토종닭 5천여 마리를 기르는 L씨(56)는 “몇 년 전 AI가 발생해 기르던 닭을 모두 살처분하고 농협 대출을 받아 새로 시작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겨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닭 사육농가 K씨(71)는 “AI 주범인 철새가 많이 찾는 탓에 평상시 철저하게 관리했는데, 또다시 AI 대상지역으로 포함될지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살처분 위기에 놓인 닭이 불쌍한 마음에 보통 때보다 사료를 더 많이 주고 있다”고 전했다.

AI 의심농장은 그동안 4만여 마리의 닭을, 인근 농가도 닭과 오리 등 1만여 마리의 가금류를 사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사한 닭에 대한 최종 검사결과는 오늘이나 31일께 나올 예정이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아직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아 출입통제와 기본적인 방역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시는 AI로 판명되면 행동지침에 따라 반경 500m에 있는 가금류 모두를 살처분하고 통제초소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군부대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조기에 확산을 막기로 했다.

그나마 간이검사 결과가 일단 음성으로 나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시 농축산유통과 관계자는 “만약 AI로 확진 판명되면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신속하게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아직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볼 때 AI가 아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의동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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