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위기가 기회다] 세계의 꽃 ‘고양 화훼 산업’

고급·차별화로 승부수 ‘명품 농업’ 꽃 피운다

▲ 비모란 선인장을 재배하는 고덕원예무역 비닐하우스.

‘화훼(花卉)’는 마이스 산업과 더불어 고양시의 대표 산업이다.

매년 열리는 ‘꽃 박람회’에서만 300만달러 이상의 수출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만만치 않다. 고양시 화훼 생산량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14%, 경기도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생산 품목인 선인장, 장미 등은 시가 덕양구 주교동과 원당동에 지난 2007년 4월 조성한 고양화훼단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화훼 수출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보이다가 지난 2012년부터 일본 엔저 영향으로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중 FTA는 화훼 농가들에게 더욱 큰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관세가 철폐된 중국산 저가 꽃이 시장에 풀릴 경우 국내 농가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화훼는 FTA 체결 품목 가운데 쌀, 과일, 축산 등 농축산물은 물론이고 공산품에 비해서도 국민적 관심도가 낮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품목은 여러 단체가 목소리를 높이는 데 반해, 화훼는 농가들만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본보는 한중 FTA 타결과 관련, 고양시 화훼 수출 농가 현황과 FTA로 인한 지역 화훼 농가의 예상 피해, FTA 극복 방안을 모색해 본다.

■ 고양화훼 생산량, 전국 14%ㆍ경기도 37%

2013년 말 기준으로 고양시 화훼 농가는 1천454호로 전국 대비 12%, 경기도 대비 3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배 면적은 전국 7%, 경기도 31%인 533㏊이다. 화훼 생산량은 전국 14%, 경기도 37%에 달한다.

화훼 수출 실적은 지난 2010년 696만7천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1년 612만2천달러, 2012년 536만1천달러, 2013년 523만9천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하향세이긴 하지만 그리 심한 내리막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해 들어 수출액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339만3천달러다.

11월·12월 실적을 합쳐도 4천만달러가 안 될 것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훼 농가의 주 수출국인 일본의 엔저로 수출 실적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원화 대비 엔화가 너무 낮아 수출을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이다. 또한 고양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던 심비디움의 경우 중국 자체 생산량이 늘어나고, 중국 정부가 이 꽃을 뇌물로 규정한 탓에 수출량이 급감한 상황이다.

양승상 고양화훼단지 회장(52)은 “심비디움을 수출했던 농가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에 지금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FTA 체결로 중국의 저가 꽃이 대량 유입될 경우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 내수 시장도 장악당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농가들을 중심으로 한 농민단체와 원예조합 등은 FTA 체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이에 대한 대책을 차근차근 세워야 할 시기다.

 

▲ 매년 300만달러 이상 수출 계약이 체결되는 꽃 박람회 내부 모습.

■ 중국 화훼 관세 25% 폐지되면 저가 꽃 대량 유입

화훼와 관련, 한국의 중국 수출 물량은 수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선인장, 국화 등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중국보다는 일본, 유럽 쪽 수출 물량이 월등히 많다. 중국 수출은 설날에 즈음해 심비디움을 수출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 중국산 화훼류에 대한 관세는 25%이다. 그런데 이 관세가 FTA 체결로 폐지될 경우 국내 내수 시장은 중국산 꽃에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도 가격 경쟁이 안되는데, 관세마저 사라지면 국내 꽃 시장은 ‘중국산 잔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화훼 농가는 FTA 체결로 중국에게 수출길만 열어줬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양지역 화훼 농민 K씨(53)는 “농가들 입장에서 보면 수출은 지금 당장 큰 피해는 입지 않을 것”이라면서 “문제는 중국산 화훼가 들어오는 수입에 있다”고 말했다.

K씨는 “지금도 카네이션, 국화 등 꽃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에 중국산 저가 꽃이 많이 들어와 소비되고 있다”며 “관세가 폐지돼 가격이 더 떨어지면 국내 생산 농가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양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역 화훼 수출은 일본에 집중돼 있고, 중국은 수출 비중이 조금 낮다”며 “그러나 수입 부문에서는 중국이 많고, FTA 체결로 중국산 화훼류가 들어오면 지역 농민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고급화ㆍ차별화로 승부해야”

전문가들은 품목의 고급화, 차별화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고 진단한다. 또한 정부가 화훼류에 대한 원산시 표시 단속 강화, 검역 철저 등을 통해 국내 농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영규 aT농식품유통교육원 교수는 “한·중 FTA 체결에 따른 대책으로 품종의 고급화, 차별화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중국의 13억 인구 중 최상위층인 2억명을 대상으로 한 고급 품질의 화훼 생산을 시작할 때”라며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과 같은 꽃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화훼류에 대한 원산지 표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화 됐다”며 “정부가 원산지 표시 단속을 강화해 국내 농가들의 설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 고양난영농조합법인에서 근로자들이 동양란을 손질하고 있다. 동양란은 대만에서 종묘를 수입한 뒤, 국내에서 재배해 수출하는 품목이다.

시 관계자는 고품질 품목인 드라이플라워 생산과 수출국 다변화를 FTA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아직까지 드라이플라워를 만드는 기술력이 떨어진다”며 “국내 농가들이 이 부분에 매진하면 대 중국 수출의 승산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중국에 국한된 수출국은 극동아시아, 중앙아시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시에서도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이쪽을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훼농가들이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승상 고양화훼단지 회장은 “정부에서 비닐하우스 보온재인 커튼을 보조해주는 시설비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며 “농민들도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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