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위기가 기회다] 피혁 수출 선두주자 양주 (주)하나

가죽처럼 질긴 근성 뛰어난 기술력… 세계시장 활짝 연다

▲ ㈜하나가 야심차게 해외시장에 내놓은 자사 브랜드 ‘벨라 보르사’ 매장 전경.

최근 한류의 영향 등으로 국내 브랜드 패션업계에 장밋빛 수출전망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의복가방신발류 등 잡화의 주 재료인 원단시장은 높은 관세장벽에 막혀 호조를 누리지 못한 것도 사실. 특히 중국의 중고가 브랜드는 한국의 원단이 품질이나 기능면에서 자국의 그것보다 퀄리티가 높아 선호했으나 관세 등으로 선뜻 수입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이 같은 수출장벽을 허무는 단비 같은 소식이 최근 타결된 한중 FTA 체결에서 흘러나왔다. 한중FTA 체결로 빗장이 열리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에도 양주시의 섬유패션업체들에는 마냥 좋은 소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양주시에는 섬유업체가 편중돼 있고 대부분 20인 이하의 영세 중소기업들로 자체 브랜드 없이 OEM 방식으로 이뤄져 저부가가치 생산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R&D 투자여건을 개선해 신소재, 디자인 개발 등을 통한 제품 차별화에 나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이에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파고의 FTA를 극복한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았다.

 

글로벌 경쟁 무대, 기술력으로 승부

지난 1996년 창업해 경기북부 양주시에 터를 잡은 피혁제품 수출의 선두주자 (주)하나(대표 서재원).

(주)하나는 지난 2007년 제1공장, 2008년 제2공장을 설립하고 곰팡이를 제거하고 프롬알데히드, 휘발성 유기 물질 등의 유해물질을 흡착 분해하는 나노 바이오 촉매를 소재로 은나노 코팅 기술을 개발한 피혁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하나가 생산하는 제품은 신발, 핸드백, 가방, 지갑, 벨트류는 물론 가구, 자동차 시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죽제품을 총망라한다.

효율적인 생산시설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월 230만SF(최고급 도료 코팅)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내수는 물론 각종 글로벌 브랜드로 PU COATED, FOIL, EMBOSSMENT 등을 미국, 홍콩,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우수한 품질로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인지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 올 7월 경기중소기업 유공자 표창을 받은 ㈜하나 서재원 대표(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녹색경영 우수 중소기업 인증을 비롯해 업계 최초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연구개발 전담부서를 인가받는 등 벤처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 등 다양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2013년 벤처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부장관상을 받았으며, 수출의 날에서 수출의 탑 천만 불 기념비를 받는 등 섬유산업의 위기 속에서도 탄탄하고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체계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하고자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품질경영시스템(ISO 9001), 기술혁신 중소기업(INNO-BIZ) 인증을 획득하고 내수 및 수출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에 나서고 있다.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신뢰 쌓는 일, FTA 첫발

이 같은 성장 속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어렵게 개발했던 아이템을 박람회장에서 공개하고서 몇 달 후 카피본이 나와 덤핑공세로 가격이 내려갔을 때, 과연 중소기업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새 아이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술력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었다.

1998년부터 바이어들과 직접 거래하며 쌓아왔던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였고 다양한 디자인과 아이템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인정을 받았다.

(주)하나 연구개발실 직원들은 자체 연구실 2명, 개발실 4명 등 6명에 불과했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다른 동종업계보다 6개월 이상 앞선 아이템을 속속 내놓았다.

특히 제2공장의 호일 프린트 전사는 기존 일반 가죽, 원단 등에 작업이 대부분이었던 염색작업, 나염전사, 종이전사 등의 방식과는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작업 방식의 간소화는 물론 디자인 자체의 폭넓은 선택과 제품의 신뢰도 또한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 2013년 벤처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부장관상을 수상한 ㈜하나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행사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는 FTA 맞춤답안

세계 최초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은나노 코팅기술을 적용한 피혁제품을 선보였다. 각종 아토피,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세균,곰팡이 제거 기능을 가진 은나노(10억 분의 1 크기)와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물질 등 각종 유해물질을 흡착 분해하는 나노 BIO촉매를 소재로 한 ‘은나노 가죽’을 개발했다.

은나노 가죽은 스트레스 등에 의한 정신적 불안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난 아로마를 나노화해 피혁분야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제품이다.

(주)하나는 가방, 핸드백에 사용되는 가죽에 은나노 아로마 캡슐을 응용해 소비자가 핸드백을 열고 닫을 때 향기가 나고 항균기능까지 갖춘 피혁제품을 내놨다. 신제품 개발이 이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피혁 전시회인 홍콩전시회와 이탈리아 리나펠레 전시회에서 진가를 발휘해 명품 브랜드의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이 이어져 2013년 연매출이 3천만달러(약 320억 원)에 이르렀다.

 

▲ ㈜하나가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 가방 제품들.

멈추지 않는 도전만이 살길

(주)하나는 거친 FTA 파고를 극복하고자 또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자신만의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것. 지난해 13일 그동안 해외 바이어들에 피혁제품을 공급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한 가죽으로 만든 명품 가방전문점 ‘벨라 보르사(Bellla Borsaㆍ아름다운 가방)’란 자사 브랜드를 론칭해 명품 가방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모험을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명품들이 입점한 신세계백화점 입점을 준비 중이며 세계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R&D 투자를 매출의 10%까지 늘이고 있으며, 현재 새로운 아이템과 호일의 접목을 통해 보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하나는 2009년 7월 은나노 입자층 코팅 가죽원단과 가죽의 표면에 아름다운 그림을 표현하고 그 위에 아크릴 코팅을 입히는 독보적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는 등 세계시장에서도 기술을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에 95% 수출하는 스플리트 제품은 마이클코어스, 토리비치, 코치 등 세계 유수의 패션기업에 납품돼 고급 핸드백으로 변신하고 있다.

서재원 대표는 그동안 단순히 피혁제품을 수출하던 것에서 벗어나 중저가에서 고급제품까지 전 연령대가 갖고 싶어하는 가방 아이템을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실천해 가고 있다.

양주=이종현기자

[인터뷰] ㈜하나 서재원 대표

기술혁신 끊임없는 투자 탄탄한 회사 만들기 ‘올인’

“FTA 파고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기회로 삼아 현명하게 극복해야만 중소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토종 브랜드 ㈜하나에 사활을 걸고 지난 1996년 섬유산업 황무지였던 양주에서 가죽무역업으로 시작, 현재 명품 브랜드의 해외 바이어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연매출 3천만달러(약 320억 원)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하나 서재원 대표가 신화의 주인공.

하지만, 양주에 첫발을 디딘 1996년 이듬해에 바로 IMF가 터졌다. 좌절하지 말자는 평소의 신념대로 서 대표는 “당시 불황의 여파 속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가죽코팅’ 기술력을 높인다면 불안정한 전망과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되뇌였다.

서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로 세계인을 매료시킬 아이템만 개발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피혁산업은 원피를 가죽으로 변화시키고자 고가의 설비와 기술을 요구하는 산업으로 품질이 곧 경쟁력이고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다. 이에 서 대표를 비롯 모든 임직원들은 생산성 향상과 가공기술을 높이고자 불철주야 작업에 몰두했다.

서 대표는 “자주창신(自主創新·독립적인 기술 창조)의 전략으로 자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동종업체보다 앞서는 분야의 상용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등을 견본으로 삼아 더욱 발전시켜 이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혁신에 끊임없이 투자한 결과 국내에서 독보적인 스프리트 코팅(양면에 모가 나 있는 가죽의 겉면을 얇게 코팅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 세계적 브랜드인 케이트스페이드, 마이클코어스, 코치, 아르마니, 캐빈 클라인, 폴로 등 굴지의 명품 브랜드에 납품하는 개가(凱歌)를 올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무한경쟁의 세계무대에 맞설 전략을 묻자, 서 대표는 “FTA파고를 막기보다 넘어야 우리 중소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며 “세계를 이기려면 기술개발이 필수로 이를 바탕으로 더욱 탄탄한 회사를 만드는데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양주=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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