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위기를 말하다] ‘복지錢爭’ 아우성 귀막은 정부를 어찌할꼬?

‘48.7’ㆍ‘43.6’위 숫자는 지난해 경기도와 도내 31개 시ㆍ군의 평균 재정자립도이다.

경기도 본청의 경우 지난 2012년 61.7%였던 재정자립도가 2013년 60.1%에서 지난해에는 48.7%까지 큰 폭으로 떨어져 50% 이하까지 추락했다. 때문에 경기도의 올해 재정운용 목표는 ‘재정건전화’이다.

도는 올 한 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여 주택거래가 일시적으로 증가, 취득세 등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물가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미국 금리 인상 변수에 따른 주택경제 재침체 가능성도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도는 올해 재정운용에 있어 지방채를 전혀 늘리지 않으면서 민선 5기 당시 지급하지 못했던 각종 법정경비를 완전히 청산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잠시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도 빚 갚는데 급급하다는 이야기다.

도내 시ㆍ군 사정은 더욱 처참하다. 지난 2012년 50.3%였던 31개 시ㆍ군의 재정자립도는 2013년 49.7%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43.6%까지 떨어진 것이다.

동두천시(17.3%)와 가평군(18.5%), 연천군(19.2%) 등은 10%대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재정자립도란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재원 중 자주재원의 비율을 뜻하는데, 결국 경기도 본청과 시ㆍ군 모두 전체 재원 중 대부분을 중앙정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20년이 훌쩍 지나 성년을 맞았다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 주소이다.

■ 수입은 줄어드는데 정부 추진 복지사업은 계속 늘어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여건이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세와 지방세의 8:2 비율 고착화, 불안정한 부동산 거래세에 기대는 지방세목,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로의 과도한 복지비 부담 전가 등을 핵심 이유로 꼽고 있다.

20여년 전 지방자치제도를 시작할 당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인 8:2 구조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더욱 많아진 지금까지도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고, 소득세와 소비세, 법인세 등 비교적 안정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세원은 대부분 국세이고 부동산 경기에 따라 큰 변동을 보일 수밖에 없는 취득세 등은 지방세로 분류돼 요즘같이 부동산 경기 악화가 장기화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지방재정 20년 변화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과 2012년 지방세증가율은 각각 6.4%, 3.1%로 같은 기간 국세증가율(8.2%, 5.5%)을 크게 밑돌았다.

또 정부가 내놓는 각종 보육정책이나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 서비스 역시 국가가 정하는 데로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재원을 매칭해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의사와 관계없이 매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본 예산 14조5천48억원 중 사회복지 및 여성분야에 4조8천억원이 배정, 약 33.1%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육분야 역시 1조9천522억원으로 13.4%를 차지, 두 분야가 도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복지예산은 지난 2011년 3조6천518억원에서 2012년 4조2천719억원, 2013년 5조1천517억원, 지난해 5조5천267억원, 올해 5조5천864억원으로 4년 새 약 2조원 가까지 증가했다.

올해 도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재원은 복지예산의 1/5 수준인 1조343억원에 불과하다. 시ㆍ군의 재정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부천시의 경우 사회복지예산 중 법정경비를 500억원 가량을 본예산에 확보하지 못해 추경예산을 통해 재원을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며 의정부시는 무상급식 예산과 기초연금 예산을 6개월치밖에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처럼 재원은 줄어드는데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늘어남에 따라 결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에 곧 ‘복지 디폴트(부도)’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 집단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 지차제들 ‘복지 디폴트’ 경고… 정부는 ‘모르쇠’

지난 9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재정지원을 위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하다”며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이날 협의회는 226명의 시장·군수·구청장 명의로 △기초연금 전액 국비 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현행 74%에서 90% 이상으로 확대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현행 ‘서울 35%, 지방 65%’에서 ‘서울 40%, 지방은 70%’로 확대 △지방소비세율 11%에서 16%로 인상, 단계적으로 20%까지 확대 등을 요구했다.

또 협의회는 지난해 11월 경주 힐튼호텔에서 민선 6기 1차년도 총회를 갖고 “정부가 추진하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면서 지자체의 재정구조가 최악의 상황에 부닥쳐 더는 부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협의회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아 지금까지 안전과 도로보수 등 주민에게 제공해야 할 다른 서비스를 줄여가면서 지방예산을 투입해 왔다”면서 “이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지역 특성을 살려야 할 구체적인 문제까지도 중앙에서 결정하고, 지역의 의사와 관계없이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국가업무를 시·군·구가 해결하도록 강요받아 지방자치의 근본이 부정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협의회의 목소리에 정부는 아직 귀를 닫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제2회 지방자치의 날을 기념해 열린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정부는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방재정난 해소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장들이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시ㆍ도의 실ㆍ국 설치기준 현실화, 시ㆍ군 공무원 직급 상향, 시ㆍ도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자문위원 제도 도입 검토 등이었다. 더욱이 정부는 매년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해 주던 보통교부세의 산정기준을 인구에서 공무원 수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오히려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인구가 약 1천200만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는 2천430억원 가량을 보통교부세로 받았지만 공무원 수로 지급 기준이 변경되면 약 1천억원의 보통교부세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 뿐만 아니라 의정부시(43억원)와 부천시(87억), 남양주시(60억원) 등 도내 24개 시·군 역시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90억원에 가까운 교부세를 덜 받게 될 것으로 도는 전망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행정수요는 인구와 행정구역 면적을 기준으로 측정하는데 공무원 수만을 고려한다면 온전한 재정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행자부가 수도권에 교부세를 덜 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경기도는 내년에 겨우 미전출 법정경비 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는데 변경안이 시행되면 도를 비롯한 지자체의 재정난을 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만간 ‘복지 디폴트’ 선언을 할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서 도내 기조자치단체장들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수원시와 용인시, 안양시, 부천시, 의정부시의 단체장들에게 현 지방자치단체 재정난에 대한 생각과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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