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50대 명퇴자… ‘재취업’ 하늘의 별따기
30년 넘게 서울의 한 유명 호텔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월 명예퇴직한 이모씨(57ㆍ수원)는 최근까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실직 이후 경력을 살려 호텔 객실관리 또는 호텔 하청 업체에 취직하고자 했으나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
이씨는 눈을 낮춰 경비나 청소 등 단순노무직에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몇 군데 용역업체를 찾았다. 그런데 또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경비를 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것이었다. 10여번의 실패 끝에 이씨는 이달 들어서야 수원의 한 빌딩 경비로 일하게 됐다. 경비원으로 취직하는데 무려 1년이나 걸린 것이다.
이씨는 “국민연금을 타기엔 이르고, 가족이 있어 마냥 쉴 수도 없다”면서 “경비일 구하는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경력직,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려 했던 것은 헛된 바람이었나 보다”고 한숨 쉬었다.
국내 유수의 통신 대기업에서 설비직으로 근무하던 박모씨(54ㆍ용인)도 지난해 4월 25년 넘게 다니던 정든 직장을 떠났다. 대학 전공부터 직장 업무까지 시설ㆍ통신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던 박씨는 중소 규모 업체에 경력직으로 지원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박씨는 결국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사업용자동차 번호판을 구입해 개인용달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포화상태의 용달 시장에서 살아남기도 쉽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50대 명퇴자가 줄을 잇는 가운데 양질의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으로, 명퇴자 상당수는 이씨처럼 단순노무직이나 박씨처럼 개인 사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11월 50대 신규 취업자 중 32.4%가 비정규직이었으며 금융결제원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부도를 낸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이 10명 중 8명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50대 명예퇴직자에게 청소나 경비 등 단순노무직만 주어지는 현실로, 고용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명퇴자도 경기 침체 때문에 살아남기 힘든 실정”이라며 “능력 있는 50대 이상 명퇴자가 능력이 있음에도 비정규직에 종사해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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