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관세음!

을미년 첫날 오랫동안 나의 산책로이고, 명상의 장소인 황구지천에서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고, 수없이 무리지은 청둥오리와 함께 새아침을 맞이하였다.

황구지천은 의왕에서 시작하여 수원, 화성, 오산을 거쳐 평택의 진위천으로 향하며 일년내내 많은 철새들이 날아 오고, 겨울철에는 특히 청둥오리들이 작게 혹은 크게 무리를 지어 씩씩하고 정겹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선원으로 돌아와 참선수행 방에서 면벽 정진하였다. 우리 달마대사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법을 전하기 위해 오셔서 소림굴에서 부동심으로 9년 동안 면벽 수행하였다. 오직 한 마음뿐으로 스스로의 마음 바탕을 투철하게 꿰뚫었다.

나도 또한 달마대사처럼 마음의 본성을 찾는다. 생명의 고향, 진리의 고향을 찾고 또 찾는다. 일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그 진리 본성과 하나가 된다. 작은 나를 놓고 부처님의 원력에 바친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 거룩하고 장엄하여진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부처님 생명으로 존중한다. 눈앞의 세계를 무량공덕의 세계로 만든다.

일체의 탓함도 나 중심적인 치우침도 없다. 눈앞에는 오직 부처님의 원력세계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떨리운 가슴으로 합장하고 이렇게 새해인사를 세상을 향하여 보낸다.

나도 관세음! 당신도 관세음! 우리 모두 관세음! 일체생명관세음보살!

평상시 나는 항상 우리 민족의 미래와 주체적 자존을 위해 기도 발원해 왔다.

그리고 정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깊은 사유를 해 왔다. 특히 정조대왕이 계시는 곳을 ‘정조시’로 이름하고 과학문화철학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21세기 한국최고의 미래 도시가 되게 하는 염원을 간직하여 왔다. 훌륭한 인성을 갖춘 정조의 후예를 육성하고 실학 사상가들의 뒤를 잇는 창의적 과학인재를 많이 배출하자는 것이다.

우리 정조시가 ‘수학 철학의 도시’가 되어 유소년부터 초중고까지 부모와 함께 참여하는 한국 최고의 ‘수학 철학 캠프’를 상시 운영하는 미래 과학도시가 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모든 일에는 뿌리와 가지가 있고 처음과 끝이 있다. 그 선후를 잘 가릴 줄 알아야만 큰 성취를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큰 틀을 잘 세워야 지엽적인 부족함을 넘어 설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대입을 향한 쫒기는 교육현실과 투쟁적 정치현실로 민족의 미래를 생각 해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고뇌스럽다.

수백년의 우리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우리에게는 정조대왕과 실학 사상가들을 능가하는 지도자와 인물이 없었다. 정조대왕의 애민 사상이 깃들어 있고 문화유산이 전해져오는 지자체에서는 정조대왕의 개혁 사상을 계승하는 이런 시대적, 역사적, 책무를 깊이 자각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는 자연이 숨을 들이 쉬고 내 쉬는 과정의 산물이고 잎이 지고 꽃이 피는 것은 대지가 한번 잠들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현상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작은 관념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크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자.

우리 동양의 성현들은 “백성이 가장 귀한 것이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직이다”고 하였다. 국민들의 행복을 위하여 모든 것이 있는 것이다. 정조대왕이 꿈꾸었던 대동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우리 경기도와 ‘정조시’가 웅장한 기상으로 가장 앞선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

내가 있는 곳을 지혜와 공덕이 가득한 행복한 세계가 되게 하는 것이 나의 수행의 회향이기에 나는 이 외로운 뜻을 을미년 새 해 아침에 새롭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이다.

인해 스님 진불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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