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송 전집 중 일곱번째 장편동화
“사과 궤짝에서 자기 때문일까? 밤에는 잠이 들지 않고, 낮에 자게 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으니 자연 마당을 빙빙 돌게 된다. 달이 밝다. 달을 바라보고 있으니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엄마도 달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러면 나를 생각하고 있지나 않을까? 슬픈 생각이 났다.
우리들은 왜 이렇게 헤어져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달빛을 따라서 건넌방 쪽 마루 앞으로 옮겨 앉았을 때였다.
장지(방과 방 사이 문)가 열렸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장지를 열고 내다보는 사람은 창수 아버지였다. 전등은 켜지지 않았다. ‘앗! 베쓰, 허허! 그놈 참 신통하다. 여보오~” 창수 아버지는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부르며 말했다. “베쓰가 말야! 집을 지키느라고! 자지를 않는구려~”
은유와 해학이 넘친다. 책 ‘멍멍 나그네’(문학과지성사 刊) 내용 중 ‘베쓰의 일기’ 중 한 구절이다. 글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이 창수가 키우는 강아지 ‘베쓰’다. 따라서 이 글을 쓴 이도 강아지다.
일기장에는 태어나서부터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 엄마 개와 보낸 행복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개가 눈먼 아기를 데리고 다니며 밥 동냥을 해 키운 이야기’와 ‘개가 주인을 불속에서 살리고 자신은 죽은 이야기’등 베쓰의 어머니가 훌륭한 개로 자라라고 교육시킨 이야기들도 있다. 밤에는 도둑을 지키고 낮에는 쇠사슬에 묶여 꾸벅꾸벅 졸아야 하는 서글픈 신세를 한탄하는 글들도 있다.
독특한 주인공을 내세운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특별하다. 보고 있으면, ‘배시시~’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이름이 ‘베쓰’인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나라 창작동화 선구자인 마해송 전직의 일곱 번째 권인 장편동화다. 강아지의 의인화(擬人化)를 통해 인간 세계의 객관성과 그 사회가 지니는 원초적 가치를 서정적이고 동화적으로 표현했다.
더불어 이 책은 ‘구어체’, 그것도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구연체 문장을 쓰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훨씬 친근함을 준다. 그것이 선의지를 지향하는 작품 내용과 어울려 마치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구수한 맛을 남긴다.
‘베쓰의 일기’ 외에도 책에는 ‘골초 영감’, ‘슈슈 선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책 곳곳에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전래 설화가 많이 삽입돼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책의 말미에는 마해송 아동문학의 작품 전체 목록을 연표로 정리했다. 값 1만1천원.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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