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살인 현장. 여기에선 누구나 사형 존치론자가 된다. 참회의 눈물이 뒤범벅인 교수대. 여기선 누구나 사형 폐지론자가 된다. 사형에 대한 여론이란 게 그렇다. 때론 존치 쪽으로, 때론 폐지 쪽으로 쏠려 다닌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합리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문화와 법철학을 달리하는 국가들이다. 국가 간의 사형제도가 다른 건 당연하다. 좋은 나라 나쁜 나라를 구분 삼을 기준도 아니다.
다만, 인권(人權)이라는 가치를 근거 삼을 땐 얘기가 다르다. 인권은 ‘사람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다. ‘마땅히’라는 단어에서 보듯 인권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 권리’다.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 즉 생명권만큼 기본적인 권리는 없다. 사형은 그 생명권을 국가가 거두는 일이다. 그래서 인권이란 가치에서 본 사형은 무조건 국가가 행하는 야만적 폭력이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사형제 폐지에 앞장선다. 매년 전 세계에서 집행되는 사형을 집계한다. 2013년에도 최소 773건의 사형집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 빠진 국가가 있다. 중국(中國)이다. 2009년 이후 앰네스티는 중국 부분을 ‘+’로만 표시한다. 사형을 비밀에 부치는 중국 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다. 인권 단체들이 추측하는 중국 내 사형은 2013년에만 3천건이었다. 전 세계를 합친 것보다 많다.
섬뜩한 건 이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중국 사형장에서 사라진 한국인이 6명이다. 41세 신모씨(2001년 9월 집행), 64세 S씨(2004년 5월), 53세 김모씨와 45세 백모씨(이상 2014년 8월 6일), 56세 장모씨(2014년 8월 7일), 김모씨(2015년 1월 5일).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또는 일방적 통보만으로- 처형된 한국인들이다. 지금도 그런 한국인 사형수 10~13명이 중국 감옥 어딘가에서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형 집행의 시기를 보면 모골이 송연하다. 2012년 중국인 오원춘의 토막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무기징역이 확정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바로 그 이듬해 중국은 한국인 3명을 사형시켰다. 지난해 11월, 중국인 박춘봉의 장기 훼손 살인 사건이 났다. 비난 여론 속에 검찰이 박춘봉을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 기소 바로 이틀 전, 중국이 김모씨를 사형시켰다. 이게 우연인가. 설혹 우연이라도 너무나 공포스럽지 않나.
하필 그 공포스런 무대의 한 축이 수원이다. 오원춘이 20대 여성을 토막 살해한 곳이 지동이다. 박춘봉은 살해한 조선족의 사체를 시민 휴식처인 팔달산과 수원천에 버렸다. 화성(華城)과 효(孝)의 도시 수원이 한순간 ‘토막 살인의 도시’가 됐다. 시(市)는 피 같은 세금을 덜어내 방범설비를 세우고 있다. 시민(市民)은 밤잠을 설쳐가며 순찰을 하고 있다. 수원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이 이렇게 망가지고 있다.
이제 거대한 대륙 중국과 힘없는 도시 수원 사이에는 죽음의 핏빛으로 새겨진 사이클이 하나 생겼다. ‘중국인 오원춘 살인 사건→수원 여론 악화→한국인 사형 집행’ㆍ‘중국인 박춘봉 살인 사건→수원 여론 악화→한국인 사형 집행’.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조용하다. 국가는 외교(外交)에 발목잡혀 침묵하고 있다. 번번이 ‘당신네 국민을 우리가 처형했다’는 사후 통고만 받고 있다. 법원은 법전(法典)에 사로잡혀 속수무책이다. 오원춘에도 사형선고는 없었고 박춘봉에도 그런 건 없을 것이다. 인권단체는 인권(人權)을 생략하고 끝없이 침묵한다. ‘대한민국 사형중단 17년’을 자축하는 성명은 내면서 ‘중국의 한국인 사형’을 문제 삼는 성명은 내지 않는다.
이러니 달리 수가 없다. 지방 행정과 경찰이 나서야 한다. 중국인 거주 지역을 집중 순찰해야 한다. 중국인 불법 체류자는 색출해 추방해야 한다. 중국인 전과자를 추려 특별 관리명단에 넣어야 한다. 우범 지역을 순찰하고, 우범 대상을 추방하고, 우범 명단을 관리하는 것은 치안(治安)의 기본이다. 불편과 차별이 따르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인권의 한 귀퉁이쯤 떨어져 나가도 상관없다. 수원시민이 잃은 인권은 더 크다.
쌍방의 균형을 잃은 인권, 그것은 필연적으로 일방의 굴욕을 가져올 뿐이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중국국민 인권·수원시민 인권]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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