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항, 크루즈선 母港으로 육성해야 한다

크루즈(순항·巡港)는 21세기 최고의 유망 관광 상품이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신성장 동력 산업이다. 오는 2020년엔 200만명 이상의 크루즈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방문, 5조원 이상의 경제효과와 3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해외 크루즈선의 인천 입항이 크게 늘면서 인천항이 크루즈 중심 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선 전용부두 등 관련 인프라 부족과 인천시 지원의 한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크루즈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항의 크루즈선 기항 횟수 및 관광객 증가 추이를 보면 2008년 6회 3천550명, 2009년 15회 9천100명, 2010년 13회 7천270명, 2011년 31회 3만140명, 2012년 8회 7천400명이던 것이 2013년 95회 16만9천900명으로 늘었고 2014년엔 93회 22만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61%늘어난 148회에 29만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인천은 크루즈 특수(特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인천에 머무는 시간이 극히 짧기 때문이다. 2013년 인천에 기항한 크루즈선 95척 중 1박한 배는 26척(27%)에 불과했다.

이는 전용부두 등 관련 인프라와 관광자원이 빈약해 항해 도중 잠시 들르는 기항지(寄港地)역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이 국내에서조차 제주 부산보다 후발 주자인데다 관광만족도 역시 인천항이 5점 만점에 3.95점으로 평균 4.16점보다 낮아 여수 부산 제주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인천이 동북아 국제 크루즈의 중심 항만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한 기항지에 만족해선 안 된다. 크루즈 관광객을 모아 출발하는 거점의 모항(母港)기능을 갖춰야 한다. 모항은 크루즈선이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물품과 식료품 등 구매활동이 이뤄지고, 관광객 체류기간이 길기 때문에 기항보다 경제적 기대효과가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인천이 크루즈선 모항이 되기엔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 오는 2017년 인천 신항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크루즈선 전용부두는 15만t급 1석에 불과하다. 현재 세계 최대 크루즈선이 22만t급이고 최근엔 15만~20만t급으로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용부두의 설계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크루즈선 모항개발 사업을 주요평가 사업에서 제외했다. 상황인식 부족이다. 급변하는 크루즈 산업에 맞게 인프라를 확충하고, 감동과 흥미를 끌 수 있는 관광자원과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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