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청라국제도시·영종하늘도시 ‘대중교통 현주소’
“어느 정도 불편할 수 있겠다 싶었지, 이렇게 오지일 줄 알았나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A씨(31·여)는 지난 2013년 영종하늘도시로 보금자리를 옮긴 이후 대중교통 때문에 애먹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같은 영종도인데도 인천국제공항까지 구불구불 돌고 돌아 1시간을 넘게 허비하고 있다. 자동차로는 30분이면 넉넉한 출근길이다.
서울시 사당이나 강남 등으로 이동하려면 광역버스가 없는 탓에 버스를 타고 역으로 이동해 공항철도, 서울지하철을 갈아타다 보면 약속장소에 도착할 즈음엔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그마저도 지인을 만나고 막차 시간 즈음에 겨우 운서역에 들어서면 A씨를 기다리는 건 지갑 걱정부터 하게 되는 택시뿐이다.
지난해 결혼 이후 청라국제도시에 살게 된 B씨(35)도 기름 값 걱정에 주말에만 이용하던 자가용을 다시 꺼내 들 판이다.
인천 출신이라 구월동, 송도, 주안역 등 이동할 일이 많지만, 한 번에 가는 버스를 찾을 수 없어 2~3번 환승은 기본이다.
또 배차간격이 10~20분은 족히 걸리고, 노선은 왜 이리 긴지 1시간은 가볍게 넘는 이동시간 덕에 B씨는 원치않던 ‘지각쟁이’가 됐다.
B씨는 “도시기반시설은 하나 둘 생기는데 정작 대중교통은 왜 이리 더딘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자가용이 없으면 살지 못할 곳이란 생각 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인구 유입이 계속되는 영종하늘도시와 청라국제도시의 대중교통은 ‘거북이걸음’으로 도시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주민 불편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는 청라국제도시가 7만 7천492명, 영종하늘도시가 1만 9천798명으로 1년 사이 각각 7천·4천여 명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올해도 인구 유입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번 부분적인 노선 증설이 이뤄지면서 청라국제도시는 수년째 주민 숙원사업인 순환버스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도 지난해 8월 이후 셔틀버스가 없어지면서 주민 불편은 더욱 커졌지만, 대중교통 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는 최근 올 상반기 중 노선체계 개편 용역에 착수, 내년에는 청라·영종지역 등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대한 노선 신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주민과 지속적으로 노선 조정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면서 개선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내년 노선체계 개편을 통해 주민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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