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생애주기 상 육아기에 해당하는 연령층에서는 여전히 육아를 이유로 비경제활동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 역시 증가하고 있다.
육아를 이유로 비경제활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여성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143만명 정도이며 이중 30대가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곳이 없어 노동시장에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일 밝혀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이러한 육아기 여성들의 선택을 이해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잇따른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발생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무상보육을 지목한다. 무상보육 때문에 갑작스레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자질 없는 교사들이 대거 채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5세 유아들에게 누리과정을 도입했고, 2013년에는 누리과정을 3, 4세로 확대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부분적인 원인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린이집 종사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교사 채용은 교사 대 영유아비율을 정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설립자가 임용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어린이집의 재정상태에 따라 종사자에 대한 처우도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육료 지원 혜택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 수는 그전보다 훨씬 늘었지만, 어린이집 재정상황에 따라 일부 어린이집은 정부가 정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지키지 못해 보육교사는 초과 인원을 감당해야 하고, 임금은 낮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은 길고, 직업훈련 등 커리어 개발을 위한 기회는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가 결정하는데, 이런 상태라면 보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어린이집 종사자의 근로환경이 더 악화되는 방안일 수 있다. 내가 작업장에서 CCTV로 상시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면 어떻겠는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린이집 종사자, 더 나아가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이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은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돌봄 서비스의 질도 낮추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교사로서 돌봄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및 임금수준의 제고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보육교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예산과 시설이 뒷받침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돌봄서비스 시설의 확충과 질 좋은 서비스제공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을 동시에 증가시킬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사회적 부가가치 증대 및 미래 노동력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해 지속 성장 사회 달성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다. 정부의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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