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오페라극장가의 대세는 ‘연출가가 주도하는 오페라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 성악가들의 실력은 국제적인 수준에 근접해있으나, 국내 연출자들의 역량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있는 느낌이다.
2014년까지 5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오페라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한국 오페라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보다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축제운영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제대로 된 창작오페라 무대가 함께 마련되어야 하겠다.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우리의 역사나 사회상을 반영한 참신한 소재, 간결하면서도 충실한 대본, 음악의 보편성과 세계성, 한국적인 무대와 연출 등이 적절하게 결합된 우리말 창작오페라를 탄생시켜 축제의 중심에 자리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검증된 작곡가와 대본작가들을 함께 묶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노력과 대본·작곡 등의 공모사업 등을 통해 보편성을 지니고 국제화가 가능한 수준 높은 오페라 콘텐츠를 이루는 요소들을 개발, 발굴, 지원하여 시장에서 통하고 지속 가능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려야 한다.
둘째, 민간오페라단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
현재 한국 오페라계에는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하기에는 턱없이 실력이 부족한 성악가들을 출연시키고 동네잔치 정도의 수준 낮은 오페라를 제작하는 민간 오페라단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 예산의 부족과 수준 낮은 단체 등의 참여로 오히려 관객을 쫓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참여하길 희망하는 오페라단의 제작능력과 재원조성 능력, 출연 성악가들의 면면 등을 면밀히 검증한 후 이들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오페라 한 작품 당 약 5~7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바, 제대로 된 작품제작을 위해 엄선하여 참여시킨 민간오페라단에게는, 제작비의 30%~50% 가량인 2~3억 원 이상을 지원하여 양질의 작품이 탄생되게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오페라축제를 위한 상근 집행부가 구성되어야 한다.
좋은 작품의 제작을 위해서는 최소 2~3년 전부터 참여단체의 선발과 작품선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좋은 해외 성악가 및 연출자, 예술적 협력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접촉해야 한다. 그리고 축제운영, 마케팅, 스폰서 쉽 유치 등의 성공을 위해서 사전에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다.
몇몇 국공립오페라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오페라단들은 이러한 일들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작지만 상근조직이 필요하다. 여의치 않으면 국립오페라단이나 공동주최사이며 예술경영 전문가집단인 예술의전당에 별도의 조직을 둘 수도 있겠다.
한국의 오페라 시장이 발전하고 확대되기 위해서는 오페라축제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국공립 오페라단의 내실화와 민간 오페라단의 내적역량 강화를 통한 한국오페라계의 질적 수준향상이 선행되어야 우리나라의 오페라 공연예술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박평준 삼육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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