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담배 ‘저가’ 공략에 ‘안방’ 뺏긴 담배주권
정부의 담뱃값 인상 조치가 외산 담배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산 담배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탓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A 편의점 업체가 지난 1월 담배 제조사별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KT&G는 43.2%에 그쳤다. 이어 필립모리스(24.4%), BAT(23.4%), JTI(9%) 등의 순이었다. 외국산 담배의 점유율이 56.8%로 KT&G를 무려 13.6%p나 앞선 것이다.
금액이 아닌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KT&G의 위축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수량 기준 KT&G의 점유율은 38.3%, 외국산은 이 보다 23.4%포인트나 높은 61.7%에 이르렀다. 필립모리스,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JTI(재팬 토바코 인터내셔날)의 개별 비중은 각각 21.1%, 29.8%. 10.8%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데는 외국 담배업체들의 ‘발빠른’ 담배 가격 마케팅이 일단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BAT코리아는 지난달 15일부터 보그 시리즈를 갑당 3천500원에 내놨다. 기존 가격보다 1천200원 오른 것이지만, 국산 주요 담배가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2천원이나 뛴 데 비해 인상 폭이 작다.
아울러 BAT는 오는 4일 선보이는 보그 새 패키지와 켄트 컨버터블의 가격도 국산 주요 담배보다 200원싼 4천3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필립모리스 역시 지난달 19일부터 주력 제품인 말보로, 팔리아멘트 값을 4천700원에서 4천500원으로 낮춰 팔기 시작했다. 200원 정도였던 국산 담배와의 가격 격차를 완전히 없앤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국산 담배업체들의 가격 정책이 가뜩이나 담뱃값 인상에 충격을 받은 흡연자들에게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BAT의 경우, 1월 한 달간 보그를 3천500원에 싸게 팔아 인지도를 높인 뒤, 다시 이달 부터 가격을 4천300원으로 올리는 전략으로 경쟁사나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29년만에 안방을 내준 KT&G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KT&G 관계자는 “올해 1월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인구 증가, 작년말 담배 사재기, 외국산 담배 저가 공세 등이 겹친 특수하고 일시적 상황”이라며“특히 외산 담배들이 의사결정 지연으로 지난달 중순께 뒤늦게 가격 인상에 동참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편의점 판매 추이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박광수 기자
사진 = 국산 담배 점유율 하락, 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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