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어렵다” 돌연 재현사업 변경 외부만 복원·내부는 전시관 활용 시민단체 “역사왜곡 불보듯” 비판
인천시 중구가 국내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복원 방향을 재현으로 변경하면서 시민단체가 역사 왜곡을 주장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23일 구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한 대불호텔 복원사업을 고증 자료가 부족해 외벽만 재현하고 내부 공간은 전시관 등으로 활용하는 재현사업으로 변경,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거쳐 오는 6월 착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구가 추진하는 재현사업이 구체적인 고증이 이뤄지지 않아 역사 왜곡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 시민단체는 구가 재현하려는 3층 벽돌 건물은 옛 대불호텔 일본식 목조 2층 건물 옆에 1888년 새로 지은 건물로 최초의 대불호텔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2011년 발굴된 옛 벽돌 구조물에 대한 별도 보존 및 복원이 가능한 데도 고증절차 없이 수십억 원을 들여 재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전문가·시민 토론회 등을 통해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정체성 논란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재현이라는 이름 아래 검증 자료도 부실한 상황에서 수십억 원이나 들여 무리하게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대로는 대불호텔 ‘짝퉁’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는 옛 벽돌 구조물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재현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며, 내부공간 활용방안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비록 내부 설계도는 없지만, 사진 등의 자료가 있는 만큼 외벽을 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2층 목조건물은 관련 자료가 적어 재현이 힘들고, 3층 벽돌 건물도 최초의 가치는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불호텔은 1880년대 설립된 한국 최초의 서구식 호텔로 커피를 판매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1918년 이후 중국 음식점으로 운영되다 1978년 도심 개발과 함께 철거됐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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