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내 사랑 語錄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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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영원하다”. 링컨의 부인 메리 토드가 세상을 떠났다.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에 있던 글이다. 링컨이 결혼식 때 직접 새겨 끼워준 반지였다. 그는 아내의 성급함까지 평생 배려했다. 변호사 시절, 부부가 생선가게에 들렀다. 아내의 신경질에 화가 난 가게 주인이 항의했다. 그러자 링컨이 주인에게 말했다. “나는 15년 동안을 참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주인 양반께서는 15분 동안이니 그냥 좀 참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나에게 당신을 주신 걸 보니 신이 나를 많이 생각한 모양이구려”. 레이건이 영화배우 시절 출연한 영화 ‘워닝팀’에 나오는 대사다. 그는 훗날 부인 낸시에게 애정을 표현할 때마다 이 대사를 인용했다. 아내 낸시의 생일엔 장모에게 꽃다발을 보냈다. 부인을 낳아준 데 대한 감사였다. 낸시는 레이건의 생일엔 사랑의 카드를 집안 곳곳에 숨겨 놓았다. 레이건은 사랑의 카드를 찾으며 하루

종일 즐거워했다. ▶“(장인어른 좌익 경력을) 알고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들 딸 낳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저 대통령 후보 안 할랍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 유명한 아내 사랑 연설이다. 장인의 좌익 논란은 그를 노리는 경쟁자들에겐 ‘한방’이었다. 그런 콤플렉스를 한순간에 ‘헛방’으로 날려 버렸다. 그의 마지막 선택-자살-도, 부인에 대한 수사를 ‘내사 종결’케 한 법률적 사유가 됐다. ▶“난 마누라와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어. 가고 싶지도 않고. 집사람은 나와 함께 그 장지에 나란히 눕게 돼. 먼저 저 사람이 가고… 그다음에 언제 갈지. 곧 갈 거예요. 외로워서 일찍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이완구 총리에게 JP(김종필)가 한 말이다. 요 며칠 JP의 조문 어록이 언론을 채우고 있다. 그 중에도 아내 사랑에 대한 어록 하나하나가 모두를 숙연케 한다. ▶“어제 입관을 하는데 (아내가) 부끄럽다고 안 하고 아프다고도 안 하고 허망하더라…”. 강창희 전 국회의장에게 한 말이다. 아마도 입관 전 지켜본 세신(洗身)ㆍ염(殮) 과정을 말한 듯하다. 평생 살을 맞대고 살아왔을 아내, 그 아내의 마지막 몸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조차 ‘부끄러워하지 못하는’ 아내의 주검을 보며 슬퍼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어떤 정치적 어록보다도 철학적이고 슬프며 아름다운 말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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