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기 행복 위협하는 ‘육아우울증’… 방치하지 마세요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주부가 투신했다. 4개월된 아이와 함께 였다.

유서에는 “미안하고 어쩔 수가 없었다”는 글이 담겨 있었다. 둘째 출산 이후 찾아온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과도한 육아 스트레스로 엄마들의 육아 우울증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전체 산모 중 10~20%에 육아우울증이 발병하고, 이 중 10명 중 6명은 출산 후 5년 내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육아우울증은 여성의 삶의 질 전반을 추락시킬 뿐 아니라 아이와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끼쳐 아이의 정서와 행동, 인지발달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나아가 가족 불화나 파탄, 심한 경우 위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따라서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 육아우울증의 진단과 해소법을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살펴봤다.

■ 나도 혹시 육아우울증?

‘육아우울증’은 전문적 의학용어는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다. 엄마의 우울증은 자신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지난 2013년 미국의학협회저널 ‘정신과학’(JAMA Psychiatry)에 보고된 한 연구에서는 어린시절 엄마의 우울증에 노출된 아이들은 정서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육아우울증의 주된 원인은 육아 스트레스지만 모든 우울증이 그렇듯 스트레스만으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환경적 문제도 있다. 출산으로 인한 체력저하와 여성호르몬 변화로도 우울감이 상승할 수 있다. 또 남편과의 불만족스러운 관계나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한 출산도 원인이 된다.

최근 한 통계에 의하면 전체 산모 중 10~15%에게 나타나며, 대개 출산 후 4~6주, 즉 산욕기동안 우울한 기분, 심한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 변화,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자존감 상실 또는 죄책감을 경험한다. ‘시간이 약이다’, ‘아이가 크면 조금 나아지겠지’ 하고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산후우울증은 더 악화할 수 있다.

■ 휴식만큼 좋은 힐링은 없다

‘충분한 휴식’은 육아우울증 극복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하루에 한 시간이든, 일주일에 한, 두시간이든 아이를 남편이나 혹은 친정, 시부모 댁에 맡기고 한번쯤은 혼자 차를 마시거나 책을 보는 등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상황에 따라 쉽지는 않겠지만 휴식보다 좋은 힐링은 없다. 산모가 배우자, 가족구성원, 친구들에게 집안일이나 아이 보기 등을 부탁하는 것은 흉이 아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산모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는 잠시 휴식하는 시간을 갖고 안정을 찾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육아에 쩌든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도 좋다. 혼자만의 시간을 얻어 좋아하는 영화나 전시를 보거나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난 아이 때문에 아무것도 할수 없어’라고 생각하면 우울함과 아이에 대한 원망이 커질 수 있다.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나의 처지와 비교되는 사람의 글을 보며 좌절하지 말자.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초라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더 자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남편이나 친정엄마, 친한 친구 등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자. 남편과 분담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친정엄마에게 육아에 관한 도움을 받는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떨며 기분전환을 해도 좋다.

■ 육아우울증 치료… 가족 관심이 ‘약’

가족 만큼 훌륭한 ‘우울증 치료제’는 없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하면서 최근에는 남편도 ‘육아 스트레스’와 ‘육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들도 있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하다. 산후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배우자와 동반 치료가 필요한 경우 동반 치료에 응하는 배우자는 10명 중 1, 2명에 불과하다. 임신부·산모와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고 이들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여러 사정상 적극적인 치료가 힘든 경우 전문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사실 우울증 치료에 항우울제 복용은 기본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80%가량 치료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이 심해져 육아우울증 혹은 산후우울증이 의심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기간은 반응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증상이 사라지고 6개월 정도 치료를 유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항우울제 처방 외에도 개인상담, 부부상담, 가족상담 등의 심리상담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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