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영어마을
현재 공교육의 틀 안에서 초등학생이 영어를 사용할 체험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재정난에 시달리는 일부 시도교육청이 효율성 문제 등을 이유로 원어민 교사 및 보조강사 운영 예산을 상당 부분 삭감하면서 그나마 공교육에 남아있던 영어 실습의 장마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인천지역도 마찬가지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원어민 교사 및 보조강사 운영 예산 48억 원을 감액했다.
지역 공교육 안에서 영어에 대한 학생의 흥미와 필요성을 이끌어낼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 줄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인천시 영어마을’이 지역 영어 교육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타·시도 ‘애물단지’ 전락… 인천시 영어마을은 성장세
영어마을은 공교육에서 기틀을 잡은 학생에게 영어를 맘껏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흥미와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모든 영어마을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타 시·도에 설립된 일부 영어마을은 이미 지역사회의 재정부담 요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만성적자에 허덕이다 폐쇄를 결정한 영어마을도 있다. 영어권 국가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나 정작 영어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등한시하던 영어마을은 이미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이 같은 영어마을의 위기 속에서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인천시 영어마을’은 특유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는 인천시 영어마을의 ‘4박 5일 영어캠프’는 영어마을을 넘어 지역 영어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숙식은 물론, 직업체험·생활체험·체험학습·클럽활동을 제공하고, 경력과 인성 중심의 선발과정을 통해 채용한 원어민 강사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영어 교육을 진행해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흥미와 필요성을 느끼게 하여준다.
또 영어캠프의 필요 경비 중 26만 원을 인천시가 지원해 학생들이 12만 원의 저렴한 비용만으로 영어캠프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 학생 만족도 98%… 체험학습형 프로그램 결실
현재 시는 다른 지자체와 다르게 영어 교육적인 측면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학생 만족도가 98%에 육박하는 영어캠프에 대한 경비 중 일부를 매년 1만 1천250명(이 중 10%인 1천125명의 학생에게는 전액 무료 입소 지원)의 학생에게 지원함으로써 지역 초교생이 영어 실습의 장인 인천시 영어마을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어캠프 안에서 운영되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은 영어 교육 전문가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14가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 캠프기간 그 직업으로 생활하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내용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은 영어에 대한 흥미와 필요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년 진행 중인 ‘인천시 영어축제’와 ‘어린이날 영어축제’도 매년 평균 2천~3천 명이 방문할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의 영어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국제 영어 프로그램’과 ‘창의적 체험학습’은 영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글로벌 캠프 ‘글로벌 입소문’… 비영어권 국가 관심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영어 교육의 해법으로 자리매김한 인천시 영어마을은 이미 전 세계 영어 교육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인천시 영어마을의 ‘글로벌 캠프’는 전국을 넘어 비영어권 국가의 학생에게 인천을 알리는 흥미로운 영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이우영 인천시 영어마을 이사장은 “10년 전 인천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으로 인천시 영어마을 설립 승인을 받았고, 이것이 지금의 모습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며 “쉴 틈 없이 달려오는 과정에서 영어캠프를 비롯해 국제 영어 프로그램과 창의적 체험학습 같은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인천을 넘어 러시아와 일본, 중국에 이르기까지 교육생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심창용 경인교대 교수가 바라본 인천시 영어마을
주입식 교육 탈피… 흥미 유발 ‘스스로 영어’
“영어에 대한 흥미와 필요성이라는 싹을 인천지역 학생에게 심어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인천시 영어마을’입니다.”
심창용 경인교육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는 현재 공교육의 영어 교육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천시 영어마을을 뽑았다. 원어민 교사 및 보조강사 운영 예산이 감액되면서 영어에 대한 실습의 장으로 인천시 영어마을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공교육에서 주입식 교육으로만 영어를 배운 지역 학생이 영어에 대한 흥미와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며 “각종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학생에게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흥미를 이끌어내고, 그 안에서 영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직업체험 프로그램 등은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무리한 조기 유학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시 영어마을과 같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영어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리한 조기 유학은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학생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와 필요성이라는 싹만 심어줄 수 있다면, 대학생이 된 이후에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충분한 영어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심 교수는 공교육과 인천시 영어마을이 서로 연계한 영어 교육 방법을 제시했다.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에게 영어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인천시 영어마을이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심 교수는 “공교육과 인천시 영어마을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인천시 영어마을이 앞으로도 영어 실습의 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발전적인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일선 학교에 보급하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향후 10년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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