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명무실 ‘금연구역’
2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동구의 한 커피전문점. 흡연실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40대 남성 2명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실엔 ‘커피를 마실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흡연을 하고 있고, 커피전문점 측은 이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이곳은 흡연실에 테이블과 의자까지 설치해 놓은, 흡연자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이름이 꽤 알려진 커피전문점이다.
같은 시각 남구의 한 PC방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흡연실이 별도로 있는데도, 상당수 손님이 자신의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이 PC방은 ‘담배를 필수 있는 PC방’으로 유명하다.
지난해까지 커피숍과 PC방 등에 대해 대대적인 흡연 단속을 벌였던 지자체가 올해 들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흡연 가능(?) 업소’가 성행하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진흥법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모든 PC방과 커피전문점, 식품접객업소가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커피전문점과 PC방 등이 흡연석과 금연석으로 나뉘었다면, 올해부턴 흡연석 자체가 없어지고 흡연만 가능한 흡연실을 설치하도록 관련 법규가 강화됐다. 커피전문점이 흡연실에 테이블·의자 등을 설치해 사실상 흡연석으로 운영하거나, PC방의 흡연석 운영 등은 모두 불법행위로 규정된다.
그러나 최근 지자체 보건소 등의 단속이 소홀해지면서 업소들의 불법 흡연실 운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수구와 남동구의 경우 올해 금연구역 내 흡연 단속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등 대다수 지자체가 올해 들어 불법 흡연행위를 단속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 등과 합동으로 금연구역 내 흡연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며 매달 수십 건씩 적발하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대다수 지자체의 불법 흡연행위 단속 인원도 1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단속담당 직원이 퇴근한 이후엔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즉각적인 단속이 이뤄질 수 없어 저녁 시간 대 커피전문점과 PC방은 흡연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올해 2천 곳이 넘는 음식점 등이 금연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는데 금연 스티커 배부 등 홍보활동에 주력하다 보니 단속을 하지 못했다”며 “현재 인력으로는 사실상 단속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의 한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에는 금연구역 내 흡연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며 “정부로부터 이 예산이 내려오면 다음 달부터 지자체별 2명의 상시 단속인원을 배치해 적극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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