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3월병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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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3월을 기다린다. 3월이면 만물이 생동하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칙칙한 겨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켠엔 3월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3월이면 병을 앓는 학생과 엄마들이다. 이들에게 3월은 공포의 달이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학생들에게 ‘탐색기’다. 아이들은 서로의 ‘깜냥(능력)’을 재면서 누가 반의 실력자가 될지, 혹은 ‘찌질이’가 될지를 가늠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과 괴롭힘은 절정에 이른다. 경찰청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학교폭력 신고는 7천184건으로 2월보다 두배 가까이 뛰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경험한 학생들은 3월이면 ‘또 찍히면 학교에 어떻게 다니나’ 두려움에 떤다. ‘제발 찍히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이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나 교사에게 얘기 않고 혼자 속앓이 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초등 4학년∼고등 2학년생 5천9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혼자 끙끙 앓는 경우(38.5%)가 가장 많았고, 부모에게 알린다(23.8%)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부모가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느냐에 따라 아이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도, 덧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월은 엄마들에게도 힘든 시기다. 설 명절에 이어 졸업, 입학 등 가정 대소사가 많은 3월이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형 장애’로 병원을 찾는 여성환자가 급증한다. 보통 ‘심신증’으로 알려진 신체형 장애는 정신적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스트레스가 근골격계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소화불량이나 두통, 흉통, 복통, 근골격계 통증 등이 생기는데, 정작 검사를 하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검사를 중복하게 되고 약물 남용이나 꾀병이라는 오해를 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신체형 장애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 약 13만7천명 가운데 여성이 9만여명으로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환자는 1년 중 3월에 많이 몰렸다.

엄마병은 보통 2월에 있는 설과 졸업에 이어 3월 입학 시즌으로 이어지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고교 졸업후 대학 입시, 대학 졸업 이후의 취업, 대학생인 경우 수백만원에 이르는 등록금 부담 등이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학생이나 엄마나 모두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약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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