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상] 평택항은 평택에 있습니다

‘카톡, 카톡~’ ‘평택ㆍ당진항 서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에서 화재발생, 출동 선착한 평택 포승119 센터에서 초기진압 성공, 더 이상 대형선박화재로 번지지 않음. 행정구역상 당진관할이라 당진소방서에 현장 인계하고 철수합니다.’

지난 1월 29일 평택ㆍ당진항 서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들어온 보고입니다. 얼핏 들으면 이웃한 소방서 간 일사불란한 협력체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행정낭비의 민낯을 드러낸 부끄러운 사례입니다.

화재사고가 있었던 평택ㆍ당진항 서부두는 평택시 육지와 연접해 있고 도로, 상하수도 등 각종 지원시설을 평택시가 제공하고 있지만 행정적으로는 당진시 관할입니다. 이렇다보니 선박 화재 같은 긴급상황에서 비효율적으로 처리돼 대형 사고로 번질 우려가 항상 잠재돼 있습니다. 행정적으로 볼 때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아니라 단절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당초 ‘아산항 종합개발계획(1995년)’은 지역특성과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평택의 평택ㆍ포승지구, 화성의 화성지구, 아산의 공세지구, 당진의 송악ㆍ석문지구 등 6개 지구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이는 포승지구 개발이 처음부터 당진ㆍ아산과는 구별되는 평택 관할로 시작됐고 평택의 해변과 갯벌을 매립한 지역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개발 진행 과정에서 바다 건너에 있는 당진시가 관할권을 주장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지역적인 갈등과 법적 다툼이 계속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바다도 지자체의 관할구역에 포함되고 그 경계는 성문법적 경계선은 없지만 관습적으로 존재하는 지형도상 해상경계선이 존재한다”며 포승지구를 평택시와 당진시로 관할구역을 쪼개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으며, 개발이 진행되면서 심지어 아산시까지 관할을 주장하고 나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결정에서 “이러한 법해석의 결과는 불합리함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경우 국가가 법으로 경계를 변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달아 매립지 관할을 정하는 법리적 불함리함과 향후 합리적, 효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현실적인 관리는 평택시가 하고 있으나 행정관할을 당진시가 하고 있음으로 인해 긴급상황뿐 아니라 도로, 교통, 상ㆍ하수도, 통신 등 기반시설 지원과 생활치안, 소방, 우편, 택배에 이르기까지 입주기업에게 생활편의 환경에 많은 혼란과 불편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편ㆍ택배는 해당 기업체까지의 배달이 거부되고, 치안 등 각종 재난사고의 초기 대응에도 커다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평택시는 대의적인 입장에서 희생해 왔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평택시는 항만경쟁력 확보와 이용자 편익증진을 위해 도로, 전기, 통신, 상ㆍ하수도, 배후부지, 공단, 교통시설 등 부두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왔으며, 개발과정에서의 교통체증, 도로파손, 쓰레기ㆍ분진ㆍ소음 등 환경오염과 많은 위해요소를 기꺼이 감수하고 매립지역의 청소, 제설작업도 평택시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승지구 매립지 귀속 자치단체 결정신청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정이 미뤄지면서, 평택시에 계속적인 희생을 강요할 뿐 아니라 위법한 관할구역 고착화, 자치단체 간 정치적 힘겨루기 등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급히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평택ㆍ당진항 발전이 지연될까 심히 우려되고 있습니다.

바다를 매립한 땅은 이제 헌법재판소 손을 떠나 2009년 4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행정자치부 장관이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포승매립지의 지나온 경과와 국가발전적 관점,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정치성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합리적 관할권을 결정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결정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공재광 평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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