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보육대란’ 재현 예고, 학부모들 속 탄다

보육대란 소동이 거듭되고 있다. 작년 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예산을 둘러싸고 전국 시·도교육청과 정부사이에 빚어졌던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까지 부담할 수 없다며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총 예산 3조9천억 원 중 1조7천억 원을 줄여 편성했다. 나머지 부족분은 국고지원을 요청했다.

인천시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은 1년 소요 총액 1천205억 원 중 3개월까지만 지원할 수 있는 459억 원이 전부다. 3월 이후엔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난다. 국고지원이 안 되면 당장 4월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보육대란이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이다.

다행히 여야가 누리과정 부족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4월에 3개월 치 예산만 편성한 인천시교육청 등 시·도교육청에 예비비 5천64억 원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당장 4월부터 무상보육이 중단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 예비비를 지급한다고 해서 누리과정 예산 부담 문제가 완전 해결되는 건 아니다. 급한 불만 껐을 뿐이다. 4월에 교부할 5천64억 원을 예산이 부족한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면 2개월 치 예산에 불과하기 때문에 또 무상보육 중단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은 근원적으로 국가사업(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 보육비를 전액 시·도교육청 부담으로 떠넘긴 데서 비롯됐다. 설상가상으로 보육비 부담을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키로 해놓고 정부가 교부금을 지난해보다 1조4천억 원 줄어든 39조 5천억 원을 편성해 시·도교육청으로선 발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걸림돌이 또 있다.

지난해 말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부족 예산 1조7천억 원 가운데 5천64억 원을 목적예비비로 지원하는 대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하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시·도교육청이 지방채 발행 계획을 수립해야 예비비를 지원한다는 조건부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지방채 발행을 계속 반대하고 있다. 무상보육이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시·도교육청의 주장은 옳다.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채로 충당해봤자 결국 그 빚은 지방자치단체가 갚아야 한다. 이제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해마다 재발되는 사태의 원인을 그대로 놔두고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재정 사정에 맞게 무상보육 체계를 조정하든지 국정과제와 지방공약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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