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8.6%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2위인 스위스(2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5% 안팎의 빈곤율을 보이는 프랑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유럽 선진국보다는 10배 가까이 높다.
2013년 기준 1인 세대의 노인빈곤율은 74%에 달한다. 가족의 부양을 받지 못한 채 가난과 고독, 질병에 시달리는 독거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100세 장수시대 운운하지만, 생명 연장이 개인에게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노인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연금의 낮은 수준이 큰 문제다. 2012년 기준 한국 노인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45.2%로 34개 OECD 회원국 중 28위였다. OECD 회원국 평균인 65.9%와 주요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70~80%와 비교해도 한참 낮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세후기준으로 은퇴 전 개인소득과 비교해 은퇴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수준을 의미한다.
문제는 노인들의 최저 생계유지를 위한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1.3%로 일본(24.1%), 독일(20.7%), 이탈리아(20.6%)에 비해 낮지만 65세 이상 인구비중의 증가 속도는 4.1%로 매우 높다. 2년 후면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들의 불안한 삶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 역시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OECD 최고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느라 자신의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못했음에도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이 희박해지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노인들은 암울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독거노인이 생활고와 건강상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배우자 병수발을 하던 노인이 함께 동반 자살을 선택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한국인의 부모 및 노인세대 부양이 ‘가족 중심’에서 점차 ‘가족과 정부ㆍ사회 공동’으로 바뀌고 있다. 고령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 현안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등 소득보장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노인의 고독사 등을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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