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세계의 곳곳에서는 유형무형의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요즘 한창 우리의 이목을 끄는 중동의 IS는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와 예멘, 아프리카에서도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전쟁 한편으로 무형의 전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ㆍ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경험을 겪은 이후로 인류는 인명의 살상을 피하면서 재화의 획득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전쟁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GATT를 기준으로 한 무역 전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WTO와 FTA라는 형태로 바뀐 무역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총과 칼 대신에 상품과 기술이라는 재화를 두고 세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1조 달러이고, 수출은 5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이러한 무역규모에 도달한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9개국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겨뤄 세계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무역규모가 지속되는 데는 우리가 수출한 상품이 그만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가진 경쟁력의 요인에는 가격, 디자인, 품질 등의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기술력이다.
특히 자동차나 배, 휴대폰 등의 제품은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이나 그럴 듯한 디자인에만 의지해서 수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를 이루었던 독일과 일본, 미국의 유수한 기업과 경쟁해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경쟁력이 최근에 너무 쉽게 허물어지고 있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게 돼 그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해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우리 대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자마자 바로 다음날 중국에서 복제품이 나왔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잘 알다시피 휴대폰은 크기와 색상, 기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수많은 부품이 단순히 조립된다 해서 성능이 구현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미리 설계도가 유출되지 않고는 사실상 발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느 중소기업의 사례는 더 충격적이다. 기계부품을 생산하고 매출도 수십억원에 이르던 이 기업은 2012년부터 매출이 줄더니 이듬해 일부 부품의 매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는데, 어느 날 중국의 기업으로부터 초청을 받아서 갔더니 자기의 공장을 옮겨놓은 듯한 공장시설과 제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더욱 기가 찼던 것은 공장을 자기에게 팔라는 중국 기업의 제의였다. 중국 기업이 어떻게 시설과 제품을 똑같이 복사할 수 있었을까? 언어도 통하지 않은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공장을 하루 이틀에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곳간이 새고, 국부가 유출돼도 모르고 지나가니 참으로 걱정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전쟁에서 작전 계획이 사전에 유출됐다면 그 전쟁이 온전히 치러질 수 없다. 기업과 정부 차원의 면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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