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첫째 금요일은 ‘향토예비군의 날’이다. 향토예비군은 지난 1968년 북한이 청와대 습격을 위해 무장공비를 침투시킨 ‘1·21사태’와 미국의 첩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반공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 북한의 4대 군사노선에 대응하고자 지난 1968년 4월 1일에 창설됐다.
예전 어른들은 만 40세가 지나면 민방위 훈련 소집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며 이젠 나라에서도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고 투덜(?) 되는 이야기를 곧잘 들었다. 본인은 올해 만 40세로 민방위 훈련 마지막 연차다.
이제 나도 쓸모 없어지는 건가. 그러나 웬걸 지난달 27일 환갑의 할머니 박용옥씨(60)가 51사단 과천시 여성예비군 소대 창설식에서 “딸만 둘이라 나라도 국가 안보에 힘을 보태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것도 박 할머니는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여성예비군 소대원으로 선발됐다.
지난 1989년 백령도에서 처음 창설된 여성예비군은 18세 이상 여성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기간은 2년이지만 연장할 수 있고 거주지 시·군·구에 신청하면 결원이 생길 때마다 입대 기회를 준다. 1년에 6시간 훈련을 받고 보수는 없다. 현재 전국에 6천여명의 여성예비군이 활동하고 있다.
할머니의 지원 동기를 곱씹어보면 남자들처럼 군 복무는 못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국방의 의무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20여 년 전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양성평등과 관련한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남성의 취업시 가산점 부여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여성 스스로가 남성과 같이 군대와 비슷한 수준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경험이 있다.
물론 여자들을 남자와 똑같이 군대에 보내야 된다고 주장할 정도로 못난 놈은 아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다. 박 할머니의 예비군 지원은 여성의 국방의무와 안보의식에 대한 인식 변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앞으로 소집 대상에서 제외된 남성들의 자발적 예비군 지원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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