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조각가 김봉경 씨

“부끄럽다고? 예술과 만난 性, 선입견 버리세요”

“남녀 성물(性物)조각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누구나 성(性)에 대해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나무의 자연형태를 그대로 살려 남녀 성기를 해학적인 조각으로 풍자하는 기인 조각가 은산 김봉경씨(61). 그의 작업실에는 남녀 성기를 표현한 크고 작은 작품이 무려 300여 점이나 전시돼 있다.

키만큼 큰 나무에 남녀 성기를 동시에 표현한 ‘견우와 직녀’, 터질 듯한 놀부의 배와 쪼그라든 놀부의 배, 각각의 성기를 동시에 표현한 ‘놀부와 흥부’ 등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멈추는 대표적 인기 작품이다.

처음 작업실을 찾는 관람객들은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하지만, 작품에 대한 김 씨의 설명을 듣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곤 한다.

그는 타고난 예술적 감각과 손재주로 한국화, 달마도, 서예 등도 수준급이다. 꽃집을 운영하며 리본의 글씨도 직접 쓸 정도다. 하지만 정통으로 배우지 못했다는 한(恨)이 있다. 이에 남들이 하지 않는 창작 예술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성물 조각을 시작했다.

“나무의 생김새를 보면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 구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그는 예술가보다는 독창적 창작가, 팔방미인으로 불러 달라고 한다.

그는 곧 당진 삽교천 인근에 건립중인 전시장에서 선보이기 위해 3m에 이르는 대형 오동나무 성물 조각에 혼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성물을 조각한다면 미친사람으로 평가할지 모르지만 통상적 예술을 벗어나면 상상외의 여러 예술분야가 있다”며 “그동안 우리사회가 성에 대해 아름답고 성스럽다는 생각보다 부끄럽고 숨겨야할 대상으로 여겼지만 성물 작품 하나로 그 인식과 태도가 달라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털어 놨다.

시흥=이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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