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드라마 펀치·여의도 정치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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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저 이제 갈랍니다. 총장님은 만수무강 하십시오. 감옥안에서”-. 박정환 검사(김래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죽음을 앞에 두고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의 비리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 총장을 향해 마지막 경고를 날린다. 말대로, 박 검사는 죽었고 검찰 총장은 감옥에 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순간 현 정권 인사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세상에 남겼다. ‘나는 가지만 당신들은 감옥에 가라’는 통고로 풀이된다. 그 8명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전부 또는 일부가 감옥에 갈지도 모를 상황이다. ▶“법은 하나야.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 박정환이 이 비리를 파고든다. 수사를 막으려는 윤 장관에게 박정환이 던진 말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라는 단어는 같다. 그런데 내용이 많이 다르다.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를, 여당은 ‘대선 자금’을 말하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월권이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이다. 수사는 검찰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의 수사 대상은 하나다. 여당의 불법에게도 야당의 불법에게도. ▶“장관님, 저는 검사입니다. 검사가 들어야 할 명령은 청와대의 하명이 아니라 법의 명령입니다”-. 대검 차장 정국현(김응수)이 윤 장관에게 불려간다. 청와대의 뜻이라며 수사 중단을 종용받는다. 정 차장이 이를 거부하며 던진 말이다. 13일 오전에도 대검에서는 검사장급 간부 회의가 열렸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방향과 향후 전망 등이 거론됐다. ‘이번이 기회다’ ‘야당조차 할 말 없도록 철저하게 파헤치자’는 의견도 있었다. 입으로 말한 간부는 없었으나 그 말이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법으로 하자’는 뜻임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하경아 세상 안 변해. 너부터 살아”-. 신하경 검사(김아중)는 박 검사 부인이다. 비리와 맞서다가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한다. 하지만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는다. 박 검사가 신 검사를 말리며 던진 가슴 아픈 충고다. 드라마 펀치가 남긴 명대사 중 가장 비관적이다. 실제로 여의도 세상이 그렇다. 참여 정부 시절 돈 정치가 철퇴를 맞았다.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썼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도 줄줄이 감옥에 갔다. 이후 정치가 깨끗해졌다고들 말했다. 참여정부의 치적 1호도 ‘돈 안 드는 정치 풍토 조성’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의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뭉칫돈이 오가고 있었다. 드라마 펀치와 여의도 정치가 소름 끼치게 닮아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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