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수도 인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인천시가 주민 밀착형 독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월미공원 등 관내 20개 공원에 설치한 31개 ‘숲 속 도서관’의 관리가 엉망으로 드러나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시가 유네스코로부터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건 2013년 7월이다.
세 번의 시도 끝에 프랑스 리옹과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유수 문화도시의 경쟁을 따돌리고 ‘책의 수도’로 선정된 건 인천시가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표방하고 시민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책 읽는 도시 인천 만들기’ 등을 추진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곳곳의 공원에 작은 숲 속 도서관을 확충한 것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공원의 숲 속 도서관은 겉만 그럴 듯 했지 장서가 빈약하고 관리인도 배치하지 않아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지난 주초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에 자녀들과 산책 나온 시민들은 굳게 잠긴 숲 속 도서관 문을 수차례 확인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화 부스 형태로 설치된 숲 속 도서관 문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잠겨진 상태였고 안에 비치된 책들은 정돈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일부 책들은 찢어지고 크게 훼손됐으며 ‘19세 미만 열람 불가’인 선정적인 일본 만화책도 버젓이 진열돼 있었다.
지난 2011년 설치 당시엔 시민들이 기증한 책 300여권을 비치했었지만, 그 후엔 추가로 도서를 구입하지 않아 지금은 50여권만 초라하게 남아 있다. 이 같은 실태는 인천지역 공원에 설치된 숲 속 도서관 거의가 비슷하다.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탓이다.
더욱이 숲 속 도서관 관리를 문화 담당 부서가 아닌 공원 관할 자치구의 공원관리사무소에 맡겼으니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인천시 역시 재정난을 이유로 도서 구입비 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책의 수도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는 거다.
‘세계 책의 수도 인천’ 개막식(4월 23일)이 7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날 행사엔 내외귀빈 500여명이 참석한다. 혹시 이들에게 숲 속 도서관의 초라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까 두렵다. 인천시는 이날 개막식과 함께 역사탐방과 작가와의 대화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1년 간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이라는 비전과 ‘읽어요, 그러면 보여요’란 슬로건을 내걸고 각종 행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숲 속 도서관과 같은 치부를 놔두고선 그 같은 거창한 구호는 허공을 맴돌 수밖에 없다. 숲 속 도서관의 정비 보완이 시급하다.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은 구호만으론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