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유치 선택아닌 필수
서초동 왔다갔다 파김치… 소액 민사소송 항소 포기 속출
형사구속 피고인 신병 서울이관… 면회 불편 방어권 장애
“왜 인천에는 다른 대도시에 다 있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서울고등법원 인천 원외재판부)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소심을 받으려면 서울고등법원까지 원정재판을 가야 하는 인천시민의 시간·경제적 손실이 커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사 소송 당사자인 A씨(44)는 “최근 인천지법에서 열린 민사소송 1심 재판에서 패소해 항소한 뒤 재판부인 서울고법에 2번 다녀왔는데 재판이 끝날 때까지 몇 차례 더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른 대도시에는 다 있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인천에만 없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의 접근성 문제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항소를 포기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소액 재판이 다수 포함되는 민사합의 사건은 지난 2013년 기준 인천지법에 접수된 3천871건 중 항소로 이어진 사건이 987건으로 전체 사건 중 30%에 불과하다.
소액 민사 소송 당사자인 B씨(45)는 “민사소송 1심에서 억울하게 패했지만, 소송 다툼 금액이 70만~80만 원인 상황에서 항소심을 하기 위해 서울고법을 몇 번씩 오가는 것보다 아예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상으로 절약이 된다고 생각해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천 시민이 원외재판부 미설치로 재판준비나 방어권을 행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형사구속 피고인의 경우 수시로 면회를 오는 지인 등을 통해 방어권을 행사하곤 하는데, 원외재판부가 설치되지 않은 인천지역 피고인은 항소로 서울고법으로 사건이 넘어가면 신병도 이감돼 방어권을 행사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11일 인천변호사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 인천 원외재판부 유치 토론회’에서도 인천 원외재판부 유치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배영철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고법은 인천에서 편도 2시간이나 걸리는 51㎞나 떨어져 있어 사법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며 “인천과 부천, 김포 시민은 사실상 재판청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이어 “원외재판부가 없다 보니 항소심에 출석해야 하는 소송 당사자들은 직장 등에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해 경제·시간적 기회비용이 감소하는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인천지역 특성상 강화, 영종도, 강화도 등에서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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