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성高와 다이옥신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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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수성고등학교는 수원 유일의 공립이었다. 정부의 공립학교 육성책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여기에 스파르타식 교육도 한몫했다. 성적 미달, 사고자 등을 대량 퇴학시켜 학급 1개가 없어졌다. ‘지하 감옥’이라 불리는 특별 우수반도 운영됐다. ‘떡메’로 불리던 군대식 훈육방법도 악명(?) 높았다. 지금이라면 당장에 문제가 됐을 방식-인권 유린, 불법 자율학습, 구타-들이다. 그래도 그때의 그 열정이 지금의 명문을 만들었다. ▶수성고에 얽힌 담배 역사가 있다. 학교 위치는 지금과 같은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 90번 길이었다. 서쪽 1㎞ 지점에 수원 연초제초장이 있었다.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담배 제조 공장이었다. 그곳에서 하루에 몇 차례씩 담뱃잎 찌는 연기가 나왔다. 대형 기계를 열 때마다 하늘이 뿌옇게 변했다. 비를 품은 먹구름과 같았다. 시큼하면서도 매캐한 냄새까지 섞여 있었다. 이 연기가 서풍을 따라 1㎞ 동쪽 수성고를 강타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아무 대책 없이 그 연기를 마셨다. ▶다이옥신은 인체 치명적이다. 암을 일으키는 죽음의 환경 호르몬으로 불린다. 그 다이옥신이 담배연기 속에 섞여 있다. 농도가 1.81ng-TEQS㎡다. 그런 담배를 수 t씩 쪄내는 연기가 수성고를 지나간 셈이다. 다이옥신, 환경 호르몬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다. 누가 하나 학생들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았다. 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현 기획재정부 차관, 현 수원시장이 모두 그 연기 속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다. ▶11일 수원 연화장과 용인 평온의 숲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결과가 발표됐다. 경기개발 연구원의 조사다. 화성시 광역화장장의 다이옥신 논란 때문에 실시했다. 결과는 연화장 0.134ng-TEQS㎡, 평온의 숲 0.081ng-TEQS㎡였다. 기준치는 5.0ng-TEQS㎡다. 담배 연기 속 다이옥신 농도보다도 22배나 낮다. 적어도 조사 결과로만 본다면 화성 광역화장장의 다이옥신 논란은 종식되어야 맞다. ▶환경과 건강 시대다. 시민이 요구하는 기대치는 70년대 그것과 비교가 안 된다. “70년대 수성고 학생들은 담배 연기 속에서도 공부만 잘했다”라고 했다가는 여론의 융단폭격 맞기 딱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과학적인 검증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 결론은 ‘해롭지 않다’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인들이 퍼뜨리는 ‘정치 다이옥신’이다. 지역 이기를 부채질하고 건강에 대한 걱정을 키우는 악성 호르몬이다. 고약스러운 것은 이 ‘정치 다이옥신’은 수치로 풀어낼 과학적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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