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종엽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인천 유치특별위원회 위원장

인천·부천·김포 412만명 항소심 재판권 사각지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지난 3월 발족한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인천 유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중책을 맡은 이종엽 변호사(52·인천지방변호사회 부회장)는 “그동안 인천 시민은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살아왔다”며 “이것이 법조인을 떠나 인천 시민으로서 위원장직을 맡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천지방법원 관할 인구가 인천·부천·김포시 등 412만 명에 이르지만, 인천에 고등법원이 없는 탓에 항소심 땐 서울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등 시민이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내년 3월 인천가정법원이 개원하면 별도의 건물을 건립하지 않아도 원외재판부를 마련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대법원 등 관계기관의 즉각적인 검토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인천, 부천, 김포지역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Q 고등법원 원외재판부에 대해 설명해달라.

A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는 고등법원에서 담당해야 할 항소심 사건을 관할 내 지방법원에 설치, 운영하는 재판부를 의미하는데, 법률상 기능은 고등법원의 행정, 민사, 형사재판부와 같다.

쉽게 말해 인천으로 따지면 인천지방법원이 있는 인천 어딘가에 재판부를 차려 고등법원이 처리해야 할 일을 그곳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현재는 제주, 전주에 광주고등법원원외재판부가, 청주에 대전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돼 있으며 춘천과 창원에도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운영 중이다.

Q 인천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되면 시민은 어떤 불편이 해소되는가.

A 어떤 불편이 해소되는지부터 살펴볼 게 아니라 그 동안 인천시민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 것부터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지법 관할지역 시민은 그동안 원외재판부가 없어 민·형사 1심 판결에 억울함을 느껴도 쉽게 항소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까지 거리가 제법 먼데다, 말로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교통체증,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1차례 재판을 위해 꼬박 하루를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강화를 예로 들면 강화에서 서울고법까지는 편도 80여㎞, 왕복 160㎞의 거리를 오가야 하는 등 시간·경제적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 서울 변호사라도 선임하게 되면 법률조력자와의 접촉 기회가 줄어 그만큼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워진다. 정당한 사유없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은 피고인이나 재판 당사자에게 정신적 고통과 불안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인천에 들어서면 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다.

Q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가 인천의 책임이라고까지 말했는데, 그 이유는.

A 고등법원 원외 재판부는 1개 기관이 인천에 내려오는 것과 같다. 민사, 형사, 특별, 행정부를 포함해 4개 재판부가 오게 된다. 실무관 등 재판부 보조 인원 등 그 규모가 커 인천의 상징적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입법, 사법, 행정 등의 분야가 각각 독립된 입장에서 얼마만큼 제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는가가 그 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척도가 되는데, 현재 정부는 정책적으로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진행 중이다. 행정기능이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은 서울과 함께 수도권에 위치해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과 국가 발전을 선도해왔지만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여겨지며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 지금도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에 대한 홀대는 국가행정업무 분배 외에도 비교적 부족한 사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데서도 두드러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천의 책임이라고 표현했다.

Q 그렇다면 인천이 다른 지역에 비해 사법서비스에 홀대받았다는 의미인가.

A 고등법원이나 원외재판부 신설에는 소송사건 수, 인구, 관할면적, 교통사정, 지역적 특성 등의 객관적인 지표 확인이 필요하다. 인천은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도시다. 인천지법 관할구역의 인구는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419만 명을 넘어섰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춘천과 청주의 인구인 150만여 명과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넘어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건 수도 마찬가지다.

춘천의 58만여 건에 비해 인천은 140만여 건으로 약 3배에 달하며, 이는 현재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춘천, 창원, 청주, 전주, 제주 등에 비해 가장 많은 사건 수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인천은 사법서비스의 질적 홀대를 받아왔다.

Q 모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 시 부작용이나 단점 등은 없나.

A 인천을 비롯한 인천지법 관할지역에는 원외재판부 설치에 따른 부작용이나 단점은 거의 없을 것으로 단언한다.

굳이 찾아보자면 여태 필요치 않았던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인데, 400만 명이 넘는 인천지법 관할지역 시민을 위해서는 없는 예산이라도 즉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인천에 설치되면 앞서 설명했듯 몇 개의 재판부만 내려오기 때문에 재판부 선택의 폭이 좁아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못한다거나 재판결과가 예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A 그렇지 않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고등법원 원외 재판부가 설치·운영 돼 왔고, 지금까지 이같은 우려에 대한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인천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생길 경우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타지역 원외재판부보다 여러 요건상 더 많은 재판부가 들어설 것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Q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인천 유치에 대해 대다수 인천시민이 당위성을 잘 모르고 있다. 그동안 무슨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시민이 적지않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A 그동안 인천지방법원 관할지역 시민은 당연히 누려야 할 사법서비스 권리를 누리지 못하면서 이를

‘피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시민에게는 높기만 한 ‘법조계’ 문턱 때문에 나는 무엇을 누리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도,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없어 서울까지 원정 재판하러 다녀야 했던 인천시민과 인천지법 관할지역의 수많은 종사자는 그것이 부당한 줄도 모르고 수십년간 살아왔다.

법조계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시민에게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동료 변호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한 상당수 시민이 나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인천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인천은 내 삶의 터전이다. 그런 인천이 서울과 중앙을 위한 수족역할만 해온 것에 대해 인내해 왔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

인천은 우리나라의 관문으로 인천의 발전이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말에는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인천 유치는 시민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나와 내 가족, 이웃을 위해 관심을 둬달라.

Q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인천유치특별위원회를 발족했고 최근 토론회까지 개최했는데, 앞으로의 행보는.

A 지난 11일 인천변호사회 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유정복 인천시장, 최원식·홍일표 국회의원, 김동오 인천지법원장, 김진모 인천지검장을 비롯해 조상범 인천사랑회회장 등 지역 변호사와 일반 시민 등 수백 명이 참석했다.

이미 인천은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를 위해 하나로 뭉쳐 있다는 증거다. 시민 호응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시민단체와 회동을 계획 중에 있다. 시민이 나서고 인천, 부천, 김포시가 지원할 때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 염원은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시민을 대상으로 유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민으로부터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에 대한 동의서도 받을 생각이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를 위해 젊은 시절 가졌던 패기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시민과 인천시를 비롯해 모든 동료 변호사와 힘을 합쳐 반드시 원외재판부를 유치하겠다.

이인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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