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마운드의 가뭄 속 단비’ 김재윤 불꽃직구

▲ 사진=김재윤. kt wiz 제공

지난 17일 kt wiz와 롯데 자이언츠의 KBO리그 경기가 열린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kt가 2대6으로 끌려가던 8회초 기자실이 술렁였다. 마운드에선 이날 2군에서 콜업된 신인 투수가 140㎞ 중반대의 묵직한 직구를 연신 뿌리고 있었다. 그는 공 13개로 롯데 오승택, 임재철, 문규현을 차례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지난해 열린 신인 2차 지명에서 kt 유니폼을 입은 김재윤(25)이었다.

조범현 kt 감독은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2군에 150㎞를 던지는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조 감독은 “공이 정말 빠르더라. 우리 팀 비밀병기로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약 3주가 지난 이날 베일에 쌓여 있던 강속구 투수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팀이 2대6으로 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이날 김재윤이 보여준 투구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kt 마운드의 전망을 밝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kt는 선발 투수가 번번이 무너지며 불펜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장시환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 역시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재윤의 발견은 kt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다.

김재윤은 휘문고 재학 시절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졸업 후에는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약한 공격력에 발목을 잡히며 MLB 입성에는 끝내 실패했다. 그는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0.211의 저조한 성적으로 2012년에 방출됐다.

귀국 후 현역으로 군 생활을 마친 김재윤은 kt의 부름을 받았다. kt는 애초 그를 포수로 선발했으나, 지난 1월 스프링캠프부터 투수 자원으로 분류했다. 송구 능력에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였다. kt는 김재윤이 투수로 자리 잡기까지 약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육성선수로 등록했다.

하지만, 그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무기로 새로운 포지션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퓨처스리그에선 11경기에 등판해 1패 1홀드 방어율 1.62(16.2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다. 삼진은 무려 26개나 잡아냈다. 김재윤은 이런 빠른 적응력을 인정받아 이달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김재윤은 19~21일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3연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첫 등판 당시 “믿어주신 감독님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는 김재윤은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며 “열심히 노력해 1군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이번 시즌 목표”라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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