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성인 캥거루족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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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임에도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는 캥거루족이 5명 중 2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다. 심지어 결혼을 해서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응답이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성인남녀 3천574명을 대상으로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과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로 성인 캥거루족이 무려 37.5%나 됐다.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캥거루족은 남성이 30.8%인데 비해 여성이 41.9%로 더 많았다.

20대(43.7%)와 30대(33.7%)가 주를 이뤘는데, 특히 20대 기혼자의 25.8%, 30대 기혼자의 20.4%가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부분(68.2%)이 ‘주거비용이나 용돈 등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파트 값과 맞먹는 전셋집이 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걱정이 크다. △응답자 2명 중 1명은 결혼을 하면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취업준비생들은 한결같이 자립하고 싶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결혼 후에도 캥거루족으로 남을까 두렵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래선지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답하면서도 캥거루족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았다. 캥거루족을 무능력하고 목표의식과 책임감이 없는 존재로 인식했다.

△최근 들어 대학가에선 심각한 취업난을 피하고자 학생신분으로 남으려고 휴학을 결정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캥거루족을 가르는 기준을 ‘경제적 독립 여부’로 봤을 때 취업은 필수다. 학생 신분으로 머물다 보면 영원한 캥거루족이 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 직장인인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직업교육과 자립의지를 키워주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다 큰 자식을 배에 품은 늙은 엄마 캥거루가 넘쳐나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불편하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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