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찾아 떠나는 길… 그길에서 마주한 인생

고원영 ‘저절로 가는 길’

불교 문화 유산이 많은 국내 절들을 순례하는 과정을 그린다. 절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절로 가는 길에 만나나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 풍경에 대한 감상이 중심이다.

<저절로 가는 길> 은 한국의 절을 찾아 순례하는 등산·걷기 여행 모임을 만들고 7년간 국내 700여 곳의 절을 탐방한 저자 고원영 씨가 36개의 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과 다르게 우리나라 국토 전체가 성지순례길”이라며 그 속에서 마주한 스님, 산악인, 주부, 할머니, 법조인, 시인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의 사람들 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가 찾은 절들은 서울과 수도권, 경남, 전남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유명한 사찰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절로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가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이야기와 감정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특히 저자는 자신만의 순례길로 절을 찾아간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조계사를 갈 때도 혜화문에서 출발해 숙정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성곽 길을 걷고, 삼청공원을 지나 가회동 언덕을 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낸 한옥 ‘심우장’을 바라보고, 중학천 부근에 숨어 있는 칠보사를 가슴에 품는다.

또 전남 강진의 다산련원에서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을 따라 백련사를 찾는 여정에서는 시인 정호승이 감탄을 금치 못한 ‘뿌리의 길’을 마주하고, 다산과 혜장선사가 우정을 나눈 다산 오솔길에서 옛 이야기를 떠올린다. 절을 찾는 과정이 삶을 살아가면서 접하는 경험, 생각과 닮아 있어 불자가 아닌 독자에게도 흥미를 선사한다. 값 2만원.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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