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내역 ‘셀프작성’ 정신병 숨겨도 그만… ‘광란핸들’ 속수무책

[팩트체크] 운전면허 ‘적성검사’ 무용론

“운전면허 적성검사는 운전자가 운전해도 되는지 (안전을) 확인하는 거 아닌가요? 이건 뭐 몇천 원만 내면 적성검사 통과하네요.”

27일 오전 10시 40분께 운전면허 정기 적성검사를 위해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A씨(38). 적성검사 등을 위해 무려 2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대기실에서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었다.

적성검사 신청서 앞면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쓴 뒤 뒷면을 보니 각종 질병 유무를 묻는 신고서가 있다.

A씨는 치매, 정신분열병 등을 앓은 전력이 있는지 알콜이나 대마, 마약 흡입으로 인한 사법기관의 처벌이 있었는지 등의 성의없는 질문에 모두 ‘없음’에 표시했다. 또 신체·기증 장애로 치료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모두 ‘없음’ 표시했다.

A씨는 곧바로 운전면허시험장 내 신체검사실에서 5천 원을 내고 고작 1분 만에 시력검사를 마친 뒤 또다시 7천 원을 내고 운전면허증에 들어갈 새로운 사진을 찍었다.

이후 무려 1시간 반을 넘게 대기하고서야 A씨는 새로운 면허증을 받아들며 적성검사를 마쳤다. 이날 A씨가 적성검사에 투자한 2시간여 중 실제 적성검사는 고작 시력 검사에 걸린 1분가량이었다.

A씨는 “제대로 된 검사를 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1만 2천 원을 주고 새 면허증을 산 기분”이라며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지 검사해야 하는 게 적성검사인데, 이건 지나치게 형식적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운전면허 적성검사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허술한 적성검사로 시민들의 도로 위 교통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적성검사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그동안 직접 검사하던 신체검사 중 상당수를 자진신고토록 하고 시력만 검사하고 있다. 2년 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결과가 있으면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성검사 도중 신청자의 질병은 물론 신체장애 등에 대한 확인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적성검사가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관계자는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시민의 불편을 줄이려 절차 등을 간소화했다”면서 “운전자가 정신분열 등의 치료를 받게 되면 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통보받기 때문에 거짓으로 신고하면 적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