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 파주 민통선 가보니 살길 막막, 정부에 긴급대책 요구
1일 오후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 민통선 지역 내 통일촌 마을에서 만난 이완배 이장(62)은 깊은 한숨부터 몰아 쉬었다.
예년 같았으면 벌써 모내기 작업을 끝냈어야 하지만 계속되는 가뭄으로 이 지역내 골짜기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파놓은 임시 웅덩이가 모두 말라버려 자칫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노상리 일대에는 이 이장을 비롯해 100여가구의 민통선 출입 농가들이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계속되는 가뭄과 임진강 염도 상승에 따른 농업용수 공급중지, 북한에서 건설한 댐 탓에 원활한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단식 논밭은 누런 바닥을 드러낸 채 쩍쩍 갈라져 있었다.
모양새만으로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저주 받은 땅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다수 농가는 이달 20일이면 사실상 모내기 시즌이 끝나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데도 농어촌공사에서 파 준 관정에서 연방양수기를 돌리며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나올 때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3만3천㎡의 농지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 이장은 “작년에도 생각하지 못한 한해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며 “특히 올해는 저수율이 34%까지 떨어지면서 민통선 내 양수장은 이미 임진강이 메마른 탓에 사실상 폐쇄됐고, 농어촌공사에서 파 준 관정에서는 물 한방울 제대로 나오지 않아 논에 물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답해했다.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서성권씨(65)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모내기는 커녕 집 앞에 수북이 쌓인 모판만 바라보며 비가 내리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민통선 내에서 벼농사 면적이 가장 넓은 대성동마을도 저수지가 모두 말라버려 사실상 올해 농사는 접어야 하는 상황.
특히 이지역들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장단콩을 생산하는 곳으로,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콩 농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농업용수로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서씨는 “12일까지는 콩농사를 위한 농업용수가 확보돼야 하는데 그저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긴급 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우리 농민들은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현재 민통선 지역 농민들을 위해 관정을 파주고 있지만 물이 나오는 지역이 많지 않아 용수 확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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