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조범현의 ‘기다림의 미학’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으로 올 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한 kt wiz는 지난 3월 28일 개막전부터 역대 신생팀 최다인 11연패를 당한 것을 비롯,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4ㆍ5월 두 달동안 10승 42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었다.

이 기간 승리는 가뭄에 콩 나듯 했고, 선수들은 패배에 오히려 더 익숙해지면서 연고지 수원지역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항간에는 당초 약속과 달리 투자를 하지 않은 kt가 ‘5년 내에 야구단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떠도는 등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1할을 겨우 웃도는 승률에 머물면서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바로 조범현 kt 감독이었을 것이다. 감독으로 SK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KIA의 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등을 일궈낸 ‘명장’ 조범현 감독도 프로야구 경험이 없는 대다수 어린 선수들과 타 구단에 비해 몸값이 저렴한 외국인 선수들을 이끌고 1군 무대에서 승수를 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패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조 감독은 1군 무대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했다.

더불어 ‘식물 타선’이라는 혹평을 받은 타선의 보강을 위해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던 신인 투수 박세웅을 롯데에 내주고 공격형 포수인 장성우와 주력 및 장타력을 겸비한 하준호 등을 영입하는 4대 5 대형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이 트레이드에 ‘무모한 도박’이라는 비난의 여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조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이 트레이드는 성공을 거두면서 kt는 트레이드 직후인 5월 초 창단 첫 4연승을 거두는 등 승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5월 하순에는 제 몫을 못한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하고 야수인 댄 블랙을 영입해 타선을 보완했다.

조범현 감독의 선택은 연이어 적중을 했고, kt는 지난 9일까지 최근 6경기에서 4승 2패를 거두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마운드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다,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타선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kt가 6월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계획대로 서두르지 않고 팀을 이끈 조범현 감독의 ‘기다림의 미학’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올 시즌 kt가 꼴찌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 감독보다도 지략이 뛰어난 ‘조갈량’ 조범현 감독이 펼쳐갈 야구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황선학 체육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