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하준호, 타자도 OK

투수에서 야수로 성공 변신… 호성적 이어가

고교야구는 에이스 투수가 4번 타자까지 겸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그 경계가 명확하다. 투수면 투수, 야수면 야수. 한 포지션에 집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만큼 프로는 최고 선수들이 모인 무대다. 간혹 프로에 와 포지션을 변경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으나, 이는 극히 희박하다. 그런 의미에서 kt 하준호(26)는 매우 흥미롭다.

kt 테이블 세터의 한 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하준호는 2009년 롯데 자이언츠에 투수로 입단했다. 시속 140㎞ 후반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로서 롯데 마운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롯데 코칭스태프는 하준호의 타격에 주목했다. 그리고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이 이뤄졌다.

 

하준호가 야수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kt로 이적을 하면서다. 롯데에서 1군과 2군을 오가는 정도의 입지였던 하준호는 지난달 2일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타격이 약한 kt는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주전으로서 출장을 보장받으면서 그의 재능은 꽃피기 시작했다. 올 시즌 롯데에서 타율 0.167에 그쳤던 하준호는 이적 후 타율 0.279를 기록하는 등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점도 13개나 올리며 득점권 상황에서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홈런 2개를 몰아치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등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조범현 kt 감독은 “(하)준호가 야구를 참 영리하게 잘한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잘 적응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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