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최재근 대한장애인선수후원회 수석부회장·㈜가보로가구 대표이사

장애인 선수들의 키다리 아저씨… ‘희망 등대’ 10년

지난 2005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면서 장애인들의 건강 증진과 건전한 여가생활, 체육활동을 통한 자활의지를 고취 시키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가정이나 시설에만 머물렀던 재가장애인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수단으로 체육활동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운동 기능이 우수한 장애인들은 장애인체육 선수로서 지역 사회를 대표하며 일부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해 국위를 선양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장애인 선수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난 2005년 설립된 대한장애인선수후원회 창립 멤버로 참여, 수석부회장으로 10년째 장애인 선수들에게 등대처럼 우뚝 서 밝은 미래를 비춰주고 있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평택시 소재 가구 전문 제조업체인 베르디안가구와 서울, 경인지역 공동 브랜드인 (주)가보로가구를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선수의 키다리 아저씨’ 최재근(60) 대표이사다.

지난 12일 늦은 오후 가보로가구 공장에서 이웃집 아저씨 처럼 푸근한 인상의 최 대표를 만나 장애인체육 후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표께서는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많은 후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체육에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처음에는 윤광술 대한장애인선수후원회 사무처장과의 인연으로 개인적인 후원을 한 것이 아니라 전에 근무하던 회사 차원에서 시작했다.

2003년 당시 근무했던 ㈜장수산업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회 환원 차원에서 후원을 시작했다. 회사를 대표해 후원금 등을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자연스럽게 장애인들과 접하고 소통하면서 나도 모르게 장애인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들과 직접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물질적으로 후원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먼저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이천 장애인종합훈련원과 태릉선수촌 등으로 장애인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작지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Q 현재 대한장애인선수 후원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계시다. 대한장애인선수후원회는 어떤 단체인가.

A 장애인 선수들의 후원에 뜻을 같이한 8명이 지난 2005년 지속적인 지원을 목적으로 대한장애인선수후원회를 결성했다.

한국 최초의 장애인 서포터스를 결성해 장애인체육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중에 있으며, 2006년에는 후원자들의 회비로 장애인선수 후원회 밤을 열어 장애인선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고, 1세대 장애인 선수 9명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당시 후원회 밤은 국내에서 처음 열린 장애인선수들의 후원 행사였으며, 이날 장애인선수 200명에게 1억7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하는 등 국민들에게 장애인체육을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대한장애인 선수후원회는 각종 장애인체육 행사 및 단체에 후원금과 물품 등을 전달하며 장애인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장애인들과 교류하며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다. 또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도움을 줬으면 하는가.

A 후원회 활동을 하다 보니 작은 정성에도 장애인들이 굉장히 큰 감동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작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 이상으로 크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후원하고 있는 장애인선수들이 패럴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을 때는 마치 내가 메달을 따낸 것 같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가끔 장애인 단체들로부터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 받을 때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과 다르다는 차별화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순수함을 느낄 수 있고, 우리(비장애인들)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장애인들이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장애인들이 먼저 다가오기가 쉽지 않다. 물질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어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그동안 전문 경영인에서 새로운 사업체와 법인을 만들어 오너로 독립을 했는데, 직장생활을 했을 때와 회사 창업 후 장애인선수들에 대한 후원에 있어 달라진 점은 없는가.

A 지난해 (주)가보로가구를 창업한 후 장애인선수들을 후원하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예전에는 후원을 하기에 앞서 회사 오너의 재가를 받아 지원을 했었기 때문에 장애인단체의 협조 요청에 맞춰 지원을 하는 등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장애인 단체에 도움이 필요한 점을 먼저 물어본 뒤 상황에 맞게 후원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자유롭게 후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가보로가구’ 생산라인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7~8월 중으로 지역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제공 할 계획이다.

여기에 온라인 사이트의 이익금을 장애인들에게 후원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이벤트를 보류중이지만 메르스가 잠잠해지면 계획했던 장애인 관련 각종 후원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더불어 우리 회사에서 얻어지는 수익의 일정지분을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Q 장애인체육 후원에 앞서 가구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하고 계시다. 가구 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A 1982년에 가구 업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해 제약회사 실험실에서 근무했는데 실험실에만 있다 보니 너무 갑갑해 좀 더 활동적인 일을 찾아 1982년 동서가구 영업부에 취직 했다. 동서가구에서 15년 정도 경력을 쌓았고, 한국가구에서 5년 근무했다.

이후 현재 ‘가보로가구’의 시초가 된 서울과 경인지역 가구협동조합인 ‘가보로’를 설립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돌침대’라는 새로운 분야에 끌려 2003년 장수돌침대로 널리 알려진 ㈜장수산업에 부사장 직으로 입사했다.

과열된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으로의 판로개척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 미국, 폴란드, 일본 등에 한국의 온돌문화를 계승시켜 만든 돌침대를 보급하며 많은 경험을 했다. 중국에서는 돌침대라는 생소한 제품을 알리기 위해 한국의 판매방식을 탈피해 전시장내 체험장을 만들어 돌침대의 우수성을 알렸다.

장례식에서 석관을 사용하는 유럽에서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유럽인들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맞춤형 돌침대를 개발해 보급해 왔다. 영업총괄사장으로 일하던 중 건강이 좋지 않아 지난해 퇴사했는 데 우연찮게 다시 가구업계에서 일을 계속하게 됐다. 한 가구업체를 인수해 ‘베르디안가구’를 설립하면서 과거에 손을 댔던 협동조합 개념의 ‘가보로가구’도 함께 운영하게 됐다.

Q 현재 운영중인 ‘가보로가구’는 어떤 기업인가.

A ‘가보로가구’는 자손 대대 ‘가보’로 쓸 수 있게 장인 정신으로 만든 가구라는 뜻이 담긴 서울과 경인지역 15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가구 공동 브랜드다.

대기업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 중소가구 업체들이 힘을 모은 가구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에서 제조하는 타사의 가구들과 달리 ‘가보로가구’는 100% 국내에서 우수한 품질의 가구를 생산하고 있다. 순수하게 국내에서 제조하다 보니 중국에서 생산하는 가구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가격면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통마진을 줄이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매장, 홈쇼핑 등 최대한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전략으로 품질 좋은 가구를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들이 우수한 품질을 착한가격에 구매하고 만족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노력할 생각이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정리=홍완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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