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메르스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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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60년 그리스의 코스섬에서 태어난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의 선서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며 바람직한 의사상의 상징이 됐다. 의대를 졸업하는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의료인으로서 윤리적 지침을 따르겠다고 다짐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의술을 인류봉사를 위해 바치고, 인종, 종교, 국적 정파, 지위를 초월해 환자를 치료하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등 인간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들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 내용대로 메르스 치료에 나선 용감한 의사들이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이들 의료진들의 노고가 되레 사회적 기피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학교, 아파트 단지 등 지역사회에서 메르스 치료 병원의 의료진, 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왕따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메르스 전파 경로를 보면 주로 병원 감염이 많아 병원과 의료진이 가장 위험하다고 인식된다. 그러나 메르스를 차단하고 치료하는 곳 역시 병원과 의료진이다. 감염 위험 속에서도 메르스 치료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없다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격리된 공간에서 소수 인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메르스 치료에 집중하는 의료진들은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는커녕 기피대상으로 낙인찍고 의료진 가족들을 따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다행히 메르스 방역 현장에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집중 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담벼락에는 ‘우리가 함께 당신을 응원합니다’ ‘진정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등 의료진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내 걸렸다.

경기도는 메르스 치료 현장의 의료진에게 응원글을 남길 수 있는 SNS를 개설했다. 메르스는 우리 모두가 서로 공동 대응해야 극복할 수 있다. 메르스 현장의 의료진을 기피하기 보다 따듯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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