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영화 ‘연평해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은 한ㆍ일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때마침 대한민국과 터키의 3, 4위전이 열리던 날이어서 온 국민의 시선은 월드컵으로 쏠렸다. 이날 오전 10시, 북한 경비정 684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참수리 357호 고속정을 기습 공격했다. 연평도 인근에서 한바탕 해상 전투가 벌어졌다.

북한의 공격에 조타실에서 피를 쏟던 한상국 중사는 자신을 도우려는 의무병 박동혁 상병에게 “난 배를 살릴 테니, 넌 가서 사람들을 살려”라며 마지막까지 죽을힘을 다해 키를 잡았다.

참수리 357호를 이끄는 윤영하 대위는 온몸에 총알이 박혀 숨이 멎을 때까지 대원들을 독려했다. 30분간 이어진 치열한 격전으로 참수리 357호는 침몰하고 우리 군에서 전사자 6명, 부상자 19명이 나왔다. 제2연평해전이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은 제2연평해전이란 실화를 소재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학순 감독이 각본ㆍ연출을 맡았고, 김무열 진구 이현우 등이 열연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후반부 30분에 달하는 전투 장면이다.

실제 교전 시간과 거의 같다. 평화롭던 참수리 357호는 북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고통스런 비명 속에 손과 발이 떨어져 나가고 미소 짓던 대원들의 얼굴은 피범벅이 된다.

‘연평해전’은 당시 온 국민이 열광했던 한ㆍ일 월드컵과 꽃다운 청춘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을 대비시키며 잊혀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되살린다. 김 감독은 “모두가 월드컵 열기에 들떠있던 그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친 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엔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도 등장한다. 대통령(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사자들의 장례식을 찾지않고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폐회식에 참가하는 장면이다. 제작사측은 “사실을 그대로 보여줄 뿐,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 말한다.

영화 ‘연평해전’은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을 통해 7년의 제작기간과 6개월의 촬영 끝에 빛을 보게 돼 화제이기도 하다.

60억원의 제작비 가운데 20억원이 7천여명의 크라우드 펀딩과 후원금 등으로 모였다. 6ㆍ25 전쟁 전날이자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즈음에 개봉하는 이 영화는 ‘호국 보훈의 달’에 어울리는 영화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