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BO리그 최고 불펜 요원은 누굴까.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야구팬 대부분이 SK 와이번스 정우람(30)을 꼽는다. 정우람은 그만큼 월등한 성적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22일 현재 5승 2패 1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73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적만으론 그가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다.
정우람은 지난주부터 보직이 마무리로 변경됐다. 일반적으로 마무리 투수는 빠른 공을 지녀야 한다고 하지만, 정우람이 던지는 직구 평균 구속은 140㎞ 언저리다. 이 빠르지 않은 공으로 그는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다. 특히 삼진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올 시즌 36.1이닝 동안 타자 136명을 만나 56명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삼진율은 무려 41%다. 이는 2006년 오승환의 삼진율(37.8%)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정우람의 진가는 드러났다. 7대6으로 쫓기던 8회 2사 1루에서 한화 김태균을 상대할 때였다. 리그 정상급 장타력을 지닌 김태균이라면 한 방에 동점 또는 역전도 가능했다. 정우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1볼-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바깥쪽으로 낮게 제구된 138㎞짜리 직구를 던져 김태균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것도 루킹 삼진이었다. 힘과 기술, 그리고 선구안까지 갖춘 김태균이 눈 뜨고 당한 꼴이었다. 9회 1사 1,2루에서도 정우람은 한화 정범모를 같은 코스의 같은 구종(139㎞ 직구)으로 삼진 처리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그렇다면, 왜 타자들은 정우람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걸까. 물론 그가 최고 수준의 제구력을 지녔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진짜 이유는 공을 놓는 위치, 이른바 ‘릴리스 포인트’에 있다. 투구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 정우람은 상당히 앞쪽에서 공을 놓는 걸 볼 수 있다. 실제로 리그에서 정우람만큼 앞쪽에서 공을 놓는 투수는 없다고 한다.
역학적으로도 홈베이스와 가까운 위치에서 공을 놓을수록 종속과 구위가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일반 투수와 불과 몇 ㎝밖에 되지 않는 이 차이가 전혀 다른 공을 생산하는 셈이다. 김용희 SK 감독도 “정우람은 릴리스 포인트를 끝까지 끌고나가 던지기 때문에 타자들에겐 140㎞짜리 직구도 145㎞ 이상으로 체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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