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위기때 드러난 세종시의 허점

대한민국 국보1호 숭례문이 어처구니없는 방화범에 의해 소실된 2008년 2월 10일 밤 8시 40분경,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급보를 받고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숭례문은 문화재, 특히 국보 1호이기 때문에 그냥 불을 꺼야하는 단순함이 아니라 복잡한 문화재의 전문적 판단이 시급했는데 최고 결정권자는 그 시간을 서울로 올라가는데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초동 화재 진압에서 실패한 숭례문 화재는 지금 전국을 불안케 하고 있는 메르스 사태를 초기 대응 실패로 규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2010년 3월 26일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 때도 사건을 지휘해야 할 합참의장은 계룡대에서 보고를 받고 KTX 편으로 서울로 올라갔다. 1분 1초가 긴박한 시간, 계룡대에서 서울까지 합참의장이 작전 헬리콥터가 아닌 KTX에 기대에 1시간을 소비하다니…. 황당한 일이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이와 같은 늑장 대응의 함정이 놓여 있었다.

세종시와 서울 사이의 정부 기능, 특히 ‘위기관리’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메르스는 삼성서울병원과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이 중심이 되어 퍼져 나갔는데 보건복지부는 세종시에 있었다.

메르스와 직접 대면해 싸워야 할 질병관리본부는 충북 오송에 있다. 서울에서는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고 세종시에서도 30분이나 되는 거리다. 또 실제적인 상황통제는 서울에 있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복지부 관료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니 주요 발화점은 수도권인데 진화는 세종시와 충북 오송, 서울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 졌으니 얼마나 비효율적이었을까? 역시 장차관은 물론 복지부 관료들은 천안함 폭침때의 합참의장처럼 KTX에 의존하거나 자동차로 왔다갔다 아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특히 국회에 불려나가 보고도 하고 방역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의원들의 호통만 듣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 그 시간에 메르스는 얼마나 많이 퍼졌을까?

이번 메르스 사태만이 아니라 지난해 세월호 침몰 때도 해수부는 세종시에, 현장지휘는 팽목항과 정부 서울청사에 있어 콘트롤타워가 일사분란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60%가 넘는 9부, 2처, 2청의 36개 행정기관이 서울로부터 150km 떨어진 세종시에 있기 때문에 국가 비상시 우왕좌왕 않도록 대책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이제 와서 세종시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첫째는 국회 상임위원회만이라도 세종시에서 열 수 있어야 한다. 장차관이 하루종일 국회에서 대기하다 겨우 몇마디 보고하거나 허탕치고 돌아오는 국정의 낭비를 막기 위해 국회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세종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오송역과 별도로 시급히 세종시에 KTX역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세종 정부청사에서 KTX를 타려면 오송까지 가야되는데 그 시간이 만만치 않다. 기왕 세종시로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어 역 하나만 세우면 즉시 열차를 이용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변평섭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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