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나 과거나 어르신들 앞에서 ‘한숨’을 내쉬면 “복 달아난다”며 꾸중을 듣게 된다. 근심이나 설움이 몰려올 때 길게 몰아서 내쉬게 되는 ‘한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한숨들이 장기간에 걸쳐 대한민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가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어 놓더니 1년이 지난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초강력 태풍이 휘몰아치며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는 소매, 유통, 관광, 문화, 운송분야 등 경제 전반적으로 메가톤급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경제원이 내놓은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보면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최대 경제손실액이 무려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국제투자기관들은 메르스 사태로 2015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5%에서 최대 1.0%p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하늘도 무심한 듯 100년 넘게 찾아온 최악의 가뭄 또한 국민들의 근심을 더하게 하고 있다. 당연히 한숨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힘들고 힘든 구석으로 몰리고 또 몰린다 해도 막연한 한숨보다는 숨을 크게 들어 마신 뒤 조심스레 뱃속으로 내뿜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한숨은 하품(?)과 마찬가지로 주변인들에게 전파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여겨지는 만큼 남들에게 한숨 쉬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는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한숨을 깊게 내쉬는 모습이 TV를 통해 여과 없이 방영된 뒤 국민들의 근심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주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한숨을 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꾹 참아보자는 것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했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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