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더 싼 집, 더 싼 전·월세를 찾거나 상대적으로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서울에서 경기도도 이사하고, 교통의 발달로 서울과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역으로 묶여가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된 행정구역 중심 그리고 공급자 중심의 교통정책 때문에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전체 근로자 502만명 중 119만명, 4명 중 1명은 서울로 1시간 이상 장거리 통근을 하며 ‘출퇴근 지옥’을 매일 겪고 있다. 또 10명 중 7명은 장거리 통근에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힘들게 출근을 하다 보니 수면부족과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직까지 고려하는 분들도 많다.
예전에 경기도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출퇴근한 적이 있다. 어느 겨울 밤늦게 직장회식이 끝나고 택시를 잡아야했다. 택시 잡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했는데, 잡은 택시라도 경기도를 가자면 승차거부를 했다. ‘더블’을 외쳤지만 사업구역이 달라 돌아올 때 빈차로 와야 한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 결국 사무실에 돌아가서 소파에서 자고 바로 출근한 적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이 이용자보다는 버스, 택시 등 교통기득권 중심의 교통정책 때문에 실직 위험에 직면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지역구 민원 소통의 날에 서울에 직장을 둔 김 모씨가 찾아 왔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건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김 씨는 길게 한 숨을 쉰 후 “버스 배차 간격이 5분 늦어져 실직위기에 처해 있다”고 현재 처한 상황을 밝혔다.
김 씨는 매일 새벽 4시 20분에 광명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고 출근해 5시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최근 버스회사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버스 배차 간격을 예전보다 5분 이상으로 늘리는 바람에 자주 지각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계속 일하기 어렵게 됐다고 호소했다.
김 씨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버스 회사에 대해 알아보니 서울에 등록이 되어 있어 서울시 관리감독하에 있어서인지 경기도 시·군의 얘기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 한동안 좌석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걸려 출근한 적이 있었다. 서서 가는 게 너무 힘들어 종점까지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곤 했다. 지난해 7월 입석금지로 버스 증편이 긴급히 필요했는데 그때도 서울-경기도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버스증편조차 어려운 실정을 보고 이용자들이 불편하건 말건 공급자들의 권리나 행정구역간 기득권 다툼이 우선되는 세태에 너무 답답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려면 행정구역별로 구분되어 있는 교통체계를 이용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교통생활권역별로 개편하는 등 근원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개별적으로 교통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몇십년 동안 고착화되어 있는 행정구역 중심, 공급자중심의 교통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중앙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감을 하고, 중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많은 근로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이동권, 근로권, 행복추구권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새벽에 경기도에서 서울로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 야근과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직장인들, 그리고 앉아서 출근하기 위해 버스 종점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근로자들, 이런 분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시간을 절약하며 출퇴근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언주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ㆍ광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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