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드림스타트와 아동의 미래

정부가 저소득가구의 아동과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드림스타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2015년 현재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되어 있으며, 각 센터는 300명이 넘는 아동을 가정방문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얼마 전 드림스타트에서 진행하는 부모교육에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드림스타트 프로그램 점검위원 활동을 통해 프로그램의 진행상황을 서면이나 담당 선생님들을 통해 알 수는 있었지만, 드림스타트 어머니들을 직접 만나는 일은 처음이라 긴장도 되는 한편 어머니들의 경험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부모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오시는 것인 만큼 참여하신 어머니들은 자신이 좋은 어머니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고 계셨다.

서류상에는 문제와 욕구라는 두 가지 축으로 파악되고 있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얼굴을 맞대고 들으며 이들 가족 앞에 놓인 가능성과 드림스타트가 맺은 열매를 보았다. 하지만 어머니 개인 혹은 개별 가족이 지금까지처럼 여러 난관을 뚫고 지나가기에는 산재해 있는 장해물도 만만치 않은 듯 보였다.

현재까지 드림스타트가 이들 아동과 가족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통합사례관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있는 자원들을 연계해 주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드림스타트 어머니들과 현장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매뉴얼에 있는 대로의 사업운영으로는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을 벗어나는데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드림스타트는 어떠한 점을 좀 더 염두에 두어야 할까?

첫 번째는 드림스타트가 아동과 부모라는 2세대를 겨냥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양육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서 자녀양육의 지향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가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밑그림 없이 사회 주류층의 관습을 따르다가는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대학 졸업장의 위력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서 부모들에게 다양한 대안이 있음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아동과 가족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처럼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는 서비스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우처 사업의 급성장과 함께 많은 드림스타트 아동이 심리치료, 언어치료, 미술치료 등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이런 치료들의 효과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생의 노력을 기울일 틈도 없이 곧바로 ‘치료’라는 경로에 들어서게 된 아이들을 보며 좋은 의도로 시작된 노력들이 엉뚱한 결과에 이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개별화되지 않고 처방전에 적힌 듯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은 드림스타트 담당자의 잦은 교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드림스타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그리고 민간 실무자들은 계약직이라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이들에게 경험과 지식의 축적 및 노하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지금 드림스타트에게 필요한 건 마을 하나가 아니다. 아이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봐 줄 그리고 아이와 가족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줄 담당자 한명이 꾸준히 변화와 성장을 독려해 주었으면 한다.

정선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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