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전력난이 발생하면 사무실서 전기 아끼려고 에어컨을 아예 안 틀었어요. 찜통 속에서 다들 대야에 물 받아 놓고 발 담그고 일하곤 했죠.”
발전시설이 부족했던 수십 년 전 이야기도, 전쟁 난리 통에 발생한 이야기도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한전의 여름을 묘사한 것이다. 고객들이 방문하는 고객봉사실을 제외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찜통 더위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내가 인턴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게 된 이른바 ‘신의 직장(?)’ 한전의 여름은 그동안 예측했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어쩌면 그들의 여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도,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 전 가뭄이 발생하자, 직원들은 농사가 어려운 경기도 여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가뭄을 해결할 양수기를 지원하고 하루 종일 땡볕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후, 물이 나오자 함께 환호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가 한창일 때도 한전의 임직원들은 그 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메르스를 종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데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올해도 여지없이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를 알렸다. 다행히도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올해 여름, 걱정과 달리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발전으로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전력수급상황에 따른 매뉴얼을 상세하게 만들어 전력예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한전의 사무실 온도는 이전보다 시원해졌다. 하지만 지금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의 열의와 에너지는 그 어느 여름보다 뜨거운 것 같다.
안정윤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인턴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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