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합병 압승’… 삼성그룹 ‘이재용시대’ 탄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임시주총

지분 7.12% 엘리엇 ‘반대’ 파상공세에도 찬성률 69.53% ‘가결’

그룹 출자구조 단순화 ‘지주사 위상’…엘리엇 향후행보 이목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44일간에 걸친 ‘합병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합병을 반대해 온 엘리엇 측 역시 합병 무효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엘리엇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제1호 의안)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투표에 참여한 1억3천235만5천800주 중 총 9천202만3천660주가 찬성한 것이다. 이날 주총에는 일반 주주, 기관투자자 등 430여명이 참석했으며 위임장을 제출한 주주를 포함하면 총 2천773명(85.8%)이 참여했다.

반면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제안 2건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이 주주제안한 현물배당안(제2호 의안)과 중간배당안(제3호 의안)은 각각 45.93%, 45.82%의 찬성률을 얻는데 그쳐 정관을 개정하는 데 필요한 주총 참석 지분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 동의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삼성은 엘리엇이 지난달 4일 삼성물산 지분(7.12%) 취득 공시와 함께 합병 반대선언을 한 이후 44일 간 치른 합병전쟁에서 승리하며 엘리엇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이번 합병 승인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오는 9월1일자로 합병,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한다. 법인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그룹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위상을 갖춰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고, 그룹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번 합병 성사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ㆍ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ㆍ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특히 실질적 지주회사 최대 지분을 확보한 이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도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편, 엘리엇 측이 주총 합병 무효 소송을 필두로 삼성그룹에 백기사 역할을 했던 KCCㆍ국민연금 등 투자회사에 대한 3자 소송과 지분 추가 매입, 이사진 개편 등을 통해 삼성그룹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엘리엇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규태ㆍ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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